감기 다음으로 흔한 이병, 갑자기 허리아프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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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허리가 아파 움직이지 못할 때,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불편한지를. 말로만 듣던 디스크가 생긴 건 아닌지, 신경이 눌려 수술해야 하는 건 아닌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뼈나 신경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10%도 채 안 된다는 게 전문의 지적이다. 자세 불량이나 갑작스러운 운동 등으로 생긴 통증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연세대 의대 재활의학과 김성우 교수(일산병원 재활의학과장)에게서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올 때가 있는데 왜 그런가.
“가장 흔한 원인은 허리 근처 척추뼈를 지탱하고 있는 근육이나 인대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물건을 옮기는 도중이나 갑작스러운 운동을 하는 중에 많이 생긴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근육 발달이 덜 된 사람에게 잘 생긴다. 불량한 자세도 원인이 된다. 같은 자세로 20~30분 이상 있으면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돼 통증이 생긴다. 나머지는 척추뼈나 디스크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나이가 들면서 척추뼈가 노화돼 공간이 좁아져 신경을 누를 수 있다. 또 나쁜 자세를 유지하다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누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생기나.
“요통은 감기 다음으로 흔한 질병이다. 성인 80%는 살면서 한 번은 요통으로 고통을 겪는다. 또 성인 26%는 3개월마다 적어도 하루는 허리가 아프다는 통계도 있다. 항상 허리 통증이 있는 만성 요통 환자도 전 인류의 5.5%나 된다. 매우 흔한 질병이다.”

-연령대별로 다르게 나타나나.
“허리 염좌, 즉 근육이나 인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40대에 가장 많다. 근육이 서서히 약해지는 시기인데 사회활동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활동을 많이 해도 근육량이 많아 삐끗하는 게 드물다. 반대로 나이가 들면 근육량은 적어도 그만큼 활동을 덜해 유병률이 낮다. 50대부터는 단순 근육 긴장이나 인대 손상보다 디스크나 척추관이 좁아져 생기는 척추관 협착증, 척추가 앞으로 기우는 척추전 방위증 때문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임신부도 허리 통증을 많이 호소한다. 임신 말기로 갈수록 배가 나와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요통이 발생한다. 임신부 50~70%가 심한 허리 통증을 느낀다. 배가 많이 나온 남성도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허리 통증이 잘 찾아온다.”

-암이나 다른 이유 때문에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는데.
“척추에 암이나 염증이 생겨도 허리 통증이 나타난다. 남성의 경우 전립샘암이 있어도 허리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유전과도 상관있나. 어떤 사람들이 요통을 많이 호소하나.
“유전적 요인이 없진 않다. 예컨대 무릎관절염처럼 어떤 가족에게 유독 잘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생활습관의 이유가 더 크다. 서거나 앉는 자세는 부모와 닮는 경우가 많다. 나쁜 자세로 앉는 습관을 가진 가족은 그만큼 퇴행성 변화(노화로 인한 변화)가 빨리 올 수밖에 없다. 주말 운동족도 문제다. 주중에는 가만히 앉아 근무하는 사무직 근로자가 주말에만 열심히 운동한다면 허리 통증이 쉽게 생긴다. 근육이 경직돼 있다 갑자기 힘을 받으면 수축되거나 인대가 찢어지기 쉽다. 과체중도 문제다. 뼈대 사이즈는 비슷한데 부담해야 할 몸무게가 많으면 그만큼 허리에 무리가 간다. 통증이 잘 생길 수밖에 없다.”

-통증이 있으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하나.
“아니다. 일단 두고 본다. 근육이나 인대가 단순히 놀라 생긴 통증이라면 하루 이틀 정도 집에서 쉬면 낫는다. 이럴 땐 허리 부분에 핫팩을 대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 놀라 수축된 근육을 이완시켜 통증이 점점 사라진다. 하지만 통증이 일주일 정도 계속되면 병원에 가야 한다. 이때 어설프게 집에서 치료하다가 만성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뇌는 유독 통증을 잘 기억한다. 2~3주만 요통을 내버려 두면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커져 조금만 허리에 무리를 가해도 심한 허리 통증을 느낀다. 요통을 방치하면 10명 중 3명꼴로 만성통증으로 이어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어떻게 치료하나.
“병원에 오면 우선 X선 등 척추 검사를 한다. 척추에 문제가 없는 게 확인되면 근육이나 인대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 판단하고 물리치료와 운동치료를 시작한다. 핫팩을 대어 주는 것은 물론 전기자극을 줘 근육을 빨리 풀어 준다. 허리를 이리저리 천천히 움직이게 하는 운동요법도 통증 치료에 좋다. 동시에 통증을 경감시키는 약을 복용하고 인대를 튼튼히 하는 주사를 놓기도 한다. 빨리 통증을 없애야 만성통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만약 척추에 문제가 생겼다면 칼이나 레이저로 디스크를 정리해 주거나 척추관을 넓히는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예방법은 없나.
“바른 자세보다 중요한 게 없다.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붙이고 허리를 꼿꼿이 편다. 만약 바르게 앉는 게 너무 어렵다면 자세를 바꿔 주는 것만이라도 해야 한다. 특히 다리를 꼰다면 5~10분마다 꼬는 다리를 바꾼다. 스트레칭은 30분마다 잊지 말고 한다. 자리에서 그냥 일어서 기지개 한 번 하고 앉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높은 굽도 허리에 무리를 준다. 될 수 있으면 낮고 편한 신발을 신는다. 아기를 안거나 큰 물건을 옮길 때도 조심한다. 무거운 것을 옮길 때는 반드시 물건을 몸에 딱 붙여 옮겨야 허리에 무리가 덜 간다. 흡연은 허리 건강에 독이다. 척추의 혈액 순환을 방해해 척추 디스크 노화를 촉진한다.”

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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