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쉴 땐 쉬어야 돈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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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PC 수요의 감소세를 염려하면서 시작된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주가 하락은 해당 종목들의 주가하락은 물론,미국 주요 지수의 하락, 삼성전자 주가 하락, 우리 종합지수의 하락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인텔사는 8월까지 상승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향후 수익 전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9월 이후 한 달간 52.3%나 폭락했다. 삼성전자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의 주가도 연중 최고치에 비해 70.3%나 하락한 상태.

시장개방으로 미국 증시의 동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증시도 대표 주자격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주요 종목들이 하락하고 있다. 9월 이후 삼성전자는 한 달 보름 동안 50%가 하락했으며, 연중 최고가에서도 63%나 하락한 상태이다. 한국증시의 대표주자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종합지수는 연초대비 52.8%, 코스닥 지수는 연초대비 69.8%가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14만원, 종합지수는 5백포인트, 코스닥지수는 80포인트가 붕괴되면서 모두 연중 최저수준을 기록중이다.

미국 반도체 주식들의 하락과 국제 유가의 급등이 지수 하락의 원인을 제공하긴 했지만,현재 국내 사정도 시장의 불안을 고조시키는 한 요인이다. 불안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2차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된 후 퇴출기업의 선별과정이 진행중이다. 또한 4대 그룹 소속사에 대한 출자전환 불가 방침 확인으로 대기업 그룹의 계열사들에 대한 지원 문제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2천만원을 보장하기로 한 예금 부분보장제를 당초의 방침에서 후퇴시키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번 주에 마무리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퇴출기업의 선정 작업이 합리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실망은 더할 것이다.

종합지수는 올초 1천60포인트를 고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당초 8백포인트를 네크라인으로 하는 이중 천정형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8백포인트에서 2백50포인트가 하락하는 수준인 5백50포인트를 하락 목표치로 전망했었다. 그리고 5백50포인트수준에서 종합지수의 하락은 일단락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급락으로 인해 종합지수 5백50포인트는 이미 붕괴되었다. 종합지수 5백50포인트가 붕괴된 이상 5백포인트 부근에서 의미있는 반등이 나오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하락 폭을 예상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5백포인트 부근에서의 반등은 가능할 것인가? 최근 우리 증시는 미국 증시 바라보기가 강화되었다.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지가 강화되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의 동향을 살피면서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양국의 주식시장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그런데 미국 증시는 10월로 들어서면서 다우지수 1만 포인트, 나스닥 지수 3천 포인트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종합지수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는 지금 향후 수익 전망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변수중 하나는 이번 주에 발표할 예정인 주식시장 안정대책.

정부는 지난 주에 연·기금의 주식투자비중을 장기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구상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의 내용이 획기적이고, 미국 증시가 다우지수 1만 포인트, 나스닥 지수 3천 포인트를 발판으로 반등세 또는 안정세를 보여 줄 수 있다면, 우리 증시도 반등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분간은 수익률을 높이는 것보다는 위험관리에 주력해야 할 때이다.

김귀중 대유투자자문 운용영업팀 과장/ 탁월한 시각, 깊이있는 분석, 지식경영시대의 동반자 이코노미스트 제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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