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간 '북한실세'女, 이번엔 유창한 영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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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는 이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 [신동찬 뉴욕중앙일보 기자]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납시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이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말을 아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북한 측 수석대표인 그는 몰려든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하루 뒤 뉴욕을 방문하는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그러나 6자회담에 대해선 “곧 재개되기를 기대한다”며 희망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부상을 포함한 5명의 북한 대표단은 7~10일 뉴욕에서 잇따라 열리는 민간단체 주최 학술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이 부상 일행은 먼저 7~9일 미국 시러큐스대 맥스웰 행정대학원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이란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한다.

 특히 8일 세미나에선 6자회담 북한 측 차석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길’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설 예정이다. 최 부국장은 최영림 북한 내각 총리의 수양딸로 6자회담 때마다 주목을 받은 실세다. 6자회담 초기엔 통역이 공식 업무였지만, 막후에서 북한의 협상 업무를 조정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가 유창하며, 2010년 부국장으로 승진했다. 이 세미나엔 한국 측에서도 임성남 본부장과 조현동 북핵외교기획단장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한다. 남북 대표는 유엔본부 맞은편 밀레니엄 유엔 플라자 호텔에 함께 투숙해 비공식 접촉을 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 대표로선 지난달 29일 베이징 북·미 합의 후 처음 직접 대면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해 3월 맥스웰 행정대학원 학장으로 자리를 옮긴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이 주선했다. 미국에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 도널드 그레그 및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가 참여한다. 한국 대표로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발표에 나선다.

 북한 이 부상 일행은 10일에도 한반도 관련 민간 연구기관인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가 주관하는 토론회에 참가한다. 이 모임엔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나 클리퍼드 하트 6자회담 특사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으로선 스타인버그 학장 등을 통해 북한의 의중을 떠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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