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등 5개 기관 지방 이전 … ‘지식타운’ 홍릉 정체성 지켜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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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 성북구 소재 홍릉은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국유림으로, 현대 들어서는 한국 과학기술의 산파역을 한 곳으로 유서가 깊다. 그 곳에는 지금도 산림청 산하 산림과학원이 임업 연구를 하고 있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산업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 기관과 공공기관 등 11개 기관이 밀집해 있다. 수십 년 간 서울의 ‘지식타운’ 역할을 해 온 셈이다.

그런 홍릉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몰라 과학계가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 등 5개 기관이 내년 말 지방 이전이 예정돼 있으나 홍릉부지의 활용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과학계가 우려하는 것은 각 기관 부지를 민간이 사들여 아파트를 짓는 등 무분별한 개발이 되면 홍릉의 정체성이 흔들릴 지 모른다는 점이다.

현재 이전 예정인 5개 기관은 3개 정부 부처 산하에 있다. 한국개발연구원과 산업연구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무총리실, 국방기술품질원은 국방부, 영화진흥위원회는 문화관광체육부 산하다. 정부는 이들 기관들에게 부지와 건물을 팔고 이전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아직 매각된 곳은 없지만 사는 사람에 대한 자격 제한이 없어 누구나 살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변이 녹지로 둘러싸여 있어 고급 주택이나 기업 연수원 부지로 제격”이라는 평이다.

KIST가 주최하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의 후원으로 최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홍릉 연구단지 재창조 구상 대국민 토론회’에서도 조속히 재활용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각계 의견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상목 사무총장은 “이전 부지의 난개발로 나타날 문제점과 연구 단지로의 활성화를 위해 조속히 심층 분석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신창호 선임연구위원은 “ 기업 연구 기관이 입주해 새로운 연구 생태 공간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IST 과학기술정책연구소 김영식 소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홍릉을 명실상부한 과학기술의 요람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수려한 자연경관과 기존 연구기관을 활용해 녹색성장 종합연구단지화 하면 좋겠다”는 구상을 제안했다.

이전 기관의 부지는 정부나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하거나 이전 기관이 기부 채납하는 방안이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부지가 정부 소유이기 때문이다. 부지 매각 예상 금액은 한국개발연구원 769억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504억원 등 5개 기관 모두 2000억~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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