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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애플·구글의 공통점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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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선진국의 경우 기업을 보유한 이들은 ‘소유는 하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큰 줄기로 삼거나 경영 참여에 엄격한 제약을 뒀다. 독일 자동차회사인 BMW그룹의 콴트 가문은 1959년 이 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오히려 사재로 지분을 50%까지 늘려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직접 경영에 참여하기보다는 70년부터 93년까지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에버하르트 폰 퀸하임의 의사 결정에 최대한 힘을 실어주며 그룹을 운영했다. BMW의 주력제품인 3·5·7시리즈가 이때 탄생했고, 매출도 18배나 뛰었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가량을 책임지는 기업군을 이끌고 있는 발렌베리가(家)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데 제약을 두진 않지만 ‘소유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전통에 엄격하다. CEO가 되기 위해선 스스로의 힘으로 대학을 졸업해야 하고 해군 장교로 복무해야 하는 등 조건이 많다. 이 집안 출신의 경영자들은 2000년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계열사인 소니에릭슨과 ABB가 파산 직전까지 몰리자 오히려 두 회사 지분을 확대했고, 결국 파산을 막아내는 결단력을 보였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기업 소유자들의 회사 운영에 대한 책임이 강조되면서 이들의 경영 참여가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회사가 위기 상황에 처할 때 이런 현상들이 많이 나타났다. 미국 자동차회사인 포드는 2001년 10월 사장 겸 CEO로 창업자 헨리 포드의 증손자인 윌리엄 클레이 포드 주니어를 임명했다. 포드 주니어는 이후 포드의 변신을 이끌었다. 특히 2000년대 말 금융위기로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포드가 건재하자 금융 전문 CEO가 지배한 제너럴모터스(GM)의 몰락과 비견됐다. 반면에 1994년 데이비드 파일로와 함께 야후를 만들어 인터넷 검색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제리 양은 평가를 달리 받고 있다. 2007년 우여곡절 끝에 야후의 수장을 다시 맡아 회사를 다시 한번 일으키겠다고 공언했었지만 복귀 1년5개월 만에 물러났다.

 해외에서도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시너지를 낸 경우가 많다.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85년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97년 다시 돌아와 아이폰 등을 내놓으며 회사의 재건을 이끌었다. 그런 그의 곁엔 전문경영인인 CEO 팀 쿡이 든든히 버텨주고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인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2001년 적자에 시달리던 구글에 합류해 성공 스토리를 써냈다. 지난해엔 창업주인 래리 페이지가 경영 일선에 뛰어들어 두 사람이 함께 구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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