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숨쉬며 익어가는 곳 - 타스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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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대지의 열기와 창창하게 부서지는 태양을 받아 제 색을 완성시킨 와인이 숙성되는 지하 깊숙한 와인 창고. 색과 맛과 향으로 와인의 숙성도를 점검하는장인들이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와인을 테스팅할 때 쓰던 넙적한 금속잔이 바로 타스트 방이다.

명멸했다 사라지는 '정통' 레스토랑들 사이에서 타스트 방이 가지는 최고의승부수는 단순하게도 '정통'에 대한 끝없는 자신감이다.

프랑스 미식가들의 최고의 지침서인 미쉐랑 가이드(레스토랑에 별점을 표시한 책자로 프랑스 최고의 요리칼럼니스트들과 전문가들이 심사하는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가이드이다)에서 별 세 개를 부여한 '본 마니에르'에서 17년 넘게 몸 담아온 일본인 주방장 가에리야마 코지씨는 아마도 이 자신감의 핵심일 것이다.

타스트 방은 일본에 본점을 두고 있는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주방장 가에리야마 코지씨 외에도 주방 스탶의 절반이 일본에서 파견된 요리사들로 팀을 이루고 있다.

싱싱하고 신선한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정통 프렌치 스타일! 이것이 가에리야마 코지씨가 고집하는 타스트 방의 모토다. 코지씨가 직접 새벽시장을 돌며깐깐하게 구입한 신선한 재료와 모두 직수입해 들여오는 향신료와 부자재들은 이모토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일등공신들!

우아한 흑단의 와인 셀러 속에 가지런히 뉘여있는 와인병, 투명한 빛을 발하며 빛나는 와인 글래스, 그리고 특이하게도 통유리로 오픈되어있는 주방의모습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다가오는 타스타 방의 매력은 바로 요리의 힘이다.

'프로방스 풍의 흑돼지 고기조림'이나 '레드와인으로 졸인 소고기 볼살'. '아채를 곁들인 오리고기의 타르트' 등의 고기요리와 그날그날의 신선한 생선으로 요리하는 '오늘의 생선' 등은 타스트 방이 자랑하는 메인요리.

손대기가 불경스러워질 정도로, 한참 동안의 '관람'시간이 필요한 아름다운 디저트들(초콜렛 무스, 과일과 소르베, 그랑 마니에 수플레, 맛있는 티라미스 케잌 등등)도 빼놓을 수 없다. 모에 샹동과 동 페리뇽에 이르는 샴페인, 프랑스 와인을 중심으로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역의 와인을 총망라한 레드 와인(거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오스트레일리아와 칠레를 아우르는 다양함!), 화이트 와인은 말할 것 도 없고 로제와인과 디저트 와인, 아페리티프까지 섬세하게 분류한 100여종류의 와인 리스트는 와인애호가들의 왕성한 모험심을 자극할 것이다.

인테리어와 디쉬의 격조에 맞는 서비스와 음악(음악! 음악이 문제다. 정통 레스토랑에서 울려나오는 '구루마' 테잎 수준의 최신댄스곡은 민망하지 않은가?)만 해결된다면, 까다로운 미식가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줄 고마운 장소로 오래오래 남을 것이 분명해보인다.

영업시간: 평일 11시 30분~23시 30분(식사 가능 시간 12:00~14:00, 18:00~21:30)전화번호 546-8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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