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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가 이겼네, 풍년 들겠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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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호 16면

다가갔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던 암줄과 수줄이 드디어 한몸이 됐다. 수줄의 머리가 암줄의 몸을 관통하고 우람한 소나무 비녀목이 둘을 단단히 붙들어 맨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시작! 신호와 함께 으라차! 함성이 천지를 진동한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줄은 서서히 서쪽으로 끌려간다. 그만! 명령에 서군이 만세를 부른다. 3일 오후 경남 창녕군 영산면에서 열린 ‘영산줄다리기’ 풍경이다.

영산의 줄다리기는 중요무형문화제 26호로 지정돼 있다. 오랜 역사와 장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벌어지는 농경축제였지만 현재는 항일정신을 기리기 위해 3·1 문화제 행사로 치른다. 경기는 마을을 동·서로 갈라 노는 편싸움으로 동서 양편은 각각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며 여성인 서편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전한다. 올해는 서편이 이겼다. 축제의 절정은 암줄과 수줄의 둥근 고리를 연결하는 일(사진)이다. 이 의식은 다산을 기원하는 농경사회의 풍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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