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 혈압이 오른다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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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호 18면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 남자는 약 30%, 여자는 약 25%가 고혈압 환자로 추정되며,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약 55%는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혈압약을 복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과연 혈압약을 하루 중에 언제 복용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혈압약은 보통 이른 아침에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자기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혈압은 하루 중 일정한 리듬을 갖고 변한다. 수면 중에는 낮보다 혈압이 10~20% 정도 내려가는 것이 정상인데, 특히 잠이 들고 나서 첫 몇 시간 동안에 가장 최저로 내려가게 된다. 수면 중에는 교감신경의 긴장이 감소하기 때문에 혈압이 내려가는 것이다. 반대로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는 교감신경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혈압이 갑자기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새벽에 심근경색·뇌졸중·급사가 많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일부 고혈압 환자 중에는 수면 중의 혈압이 낮에 활동할 때보다 평균 10% 이상 감소하지 않거나 오히려 수면 중에 혈압이 더 높아지는 분들이 있다. 이런 경우를 야간 고혈압이라 부른다. 수면 중의 평균 혈압이 120/75㎜Hg 이상이면 야간 고혈압에 해당된다. 야간 고혈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24시간 혈압측정 장치를 이용하면 된다. 의료보험도 적용된다.

야간 고혈압은 어떤 경우에 잘 발생할까?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는 야간 고혈압이 매우 흔해 약 80%에서 발생한다. 수면 부족이나 수면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야간 고혈압이 자주 나타난다. 과음을 한 경우도 수면 중에 혈압이 증가하며 특히 새벽에 혈압이 높아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의 25% 정도는 야간 고혈압도 함께 나타나며, 혈압약을 3~4가지씩 먹어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반수 이상에서 야간 고혈압 현상이 동반된다.

문제는 야간 고혈압이 낮 시간에 혈압이 높은 경우보다 뇌졸중이나 심장병의 발병 위험을 더 키우고, 신장 기능을 더 빨리 나빠지게 한다는 점이다. 물론 수면 중에 혈압이 낮 시간보다 평균 20% 이상 너무 많이 떨어지는 것도 혈액순환 저하를 유발해 뇌경색이 발생할 위험을 증가시킨다.

최근 한 연구의 결과는 흥미롭다. 3개 이상의 고혈압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혈압약 중 1개를 자기 전에 복용하고 나머지 약들은 아침에 복용하게 했다. 그 결과 낮 시간뿐 아니라 수면 중에도 혈압이 잘 조절되고 새벽에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는 문제도 해결되면서 심장병이나 뇌졸중으로 사망할 확률을 3분의 1 정도로 줄여주었다고 보고했다.

좀 더 대단위 연구 결과가 나와 봐야겠지만 일단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혈압약을 세 가지 이상 복용하는 분이라면 한 가지 약은 자기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신부전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는 혈압약 중 1개는 자기 전에 복용하는 것이 신장 기능의 악화를 막고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혈압약 중 이뇨제는 자기 전에 복용하면 수면 중의 소변 증가로 잠에서 자주 깰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혈압약을 한 가지만 복용하는 분이라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그냥 아침에 먹는 것이 좋다. 다만 이 경우에도 혈압 저하 효과가 하루 이상 지속되는 약물을 선택함으로써 수면 중에 그리고 새벽에 혈압이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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