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책 투신한 광주 동구 민주당 무공천 … 묘수? 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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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통합당이 2일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투신 사건’이 발생한 광주 동구를 ‘무(無)공천 지역’으로 결정했다. 한명숙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보다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이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했었다. 경선을 하지 않고 당 지도부가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이틀 만에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처방을 내린 것이다. 선거인단 부정 모집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이름으로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얘기는 불미스러운 일을 자초한 데 대해 정당이 취할 수 있는 최대의 성의 표시라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광주 동구의 현역 의원인 박주선 의원은 사실상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했다. 박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앞으로의 입신영달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이 광주 동구에 후보를 내지 않으면 이 지역은 ‘자동으로’ 야권연대를 위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어차피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만큼 당연히 통합진보당에 양보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마침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를 위해 광주 2곳을 양보하라고 민주통합당에 요구해온 터다. 투신 사건 발생 이전까지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에 광주 지역구를 양보할 뜻이 전혀 없었다. 광주 금남로와 충장로를 아우르는 호남 정치1번지 동구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바뀌었다. 호남 정치1번지를 사실상 통합진보당에 떼어주겠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으로선 투신 사건의 고리를 끊고, 속도가 나지 않는 야권연대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묘수’일 수 있다.

 이에 통합진보당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 같지만 기류가 조금 미묘했다.

통합진보당은 광주 8개 선거구 중 7곳에 후보를 확정한 상태다. 유독 후보를 내지 못한 곳이 바로 광주 동구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우리 당이 다른 지역의 후보를 차출해 동구에 출마시켜도 기존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게 뻔한데, 이들이 무소속으로 당선되면 십중팔구 다시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제 민주통합당에선 박주선 의원 외에 양형일 전 의원, 이병훈 전 문화관광부 아시아문화도시단장, 정영재 전 광주전남 경실련 사무처장 등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민주통합당 입장에선 묘수일지 몰라도 통합진보당은 ‘꼼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불법행위에 대한 대(對)국민 사과와 야권연대를 위해 ‘통 큰 양보’를 하는 듯하지만 실제적 전력 손실은 없을 것이란 결론을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내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투신 사건과 야권연대를 둘러싼 물밑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2일 기자회견을 하고 “(야권연대 무산) 위기를 돌파할 책임과 권한은 한 대표와 제게 있다”며 한 대표에게 담판을 요구했다. 민주당도 신경민 대변인을 통해 “양당 대표회담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담판에 응할 뜻임을 밝혔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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