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곽노현식 인사, 진보 욕 먹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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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보여준 인사(人事) 행태는 평소 자신이 말해온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인사의 핵심적인 원칙인 공정성(公正性)을 강조했다. 그의 선거 공약집에 나온 교육비리 척결의 제1원칙은 ‘자기 편 챙기기는 그만!’이었다. 그런데 어제 그가 기자 간담회에서 보인 인사 논란에 대한 해명은 상황에 따라 자신의 논리와 원칙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부도덕성만 확인해줬다.

 곽 교육감은 편법적인 비서실의 고속 승진 인사는 철회하지만 공립 교사 편법 채용이나 인사책임자(총무과장)에 대한 문책성 전보 발령, 비서실 확대 등은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가 철회할 수 없다고 고집하는 인사 행태는 타당한 것인가. 무엇보다 선발 공고도 하지 않고, 면접만으로 자기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전직 교사 등 3명을 공립교사로 뽑아준 편법 인사는 공정성을 담보하는 인사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부적절하다. 같은 성향의 장휘국 광주교육감이 지난해 자신의 선거 캠프에 있던 전교조 교사를 공립교사로 전환하는 등 특혜 인사를 할 때조차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다. 심지어 곽 교육감이 비난해온 공정택 전 교육감만 해도 시험·면접을 거치게 했다. 그렇다면 곽 교육감은 전임 비리 교육감에 비해 도덕적으로나 원칙적으로 나은 게 무엇인가. 교육과학기술부까지 나서 공립특채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는데도 곽 교육감은 교육자치를 명분으로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있으니 자치를 권한 남용과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비서실 숫자를 대폭 늘린 인사 역시 그의 평소 소신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 곽 교육감은 작은 교육청, 학교에 봉사하는 교육청을 강조해왔다. 학교 위에 군림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신선하기도 했다. 그런데 전임 교육감 시절만 해도 4~5명에 불과했던 비서실 인원을 12명으로 늘리고 선거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그 자리에 앉히겠다고 한다. 이런 게 학교 현장의 고충을 해결하는 현장 중심의 인사인가.

 가장 황당한 일은 누가 봐도 문책성 인사가 분명한 당사자를 기자들 앞에 앉혀 놓고 “원해서 그곳으로 간 건가”라는 질문을 받게 한 것이다. 교육청 총무과장이라면 본청과 산하 교육지원청, 초·중·고교 행정실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자리라는 건 교육계에 있는 사람이면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런 총무과장을 갑자기 경기도 가평에 있는 곳으로 발령을 내놓고 보복 인사 논란이 일자 자신의 코앞에서 해명하라고 하니 그의 상식이 의심이 될 정도다.

 곽 교육감은 지금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 받고 2심 판결을 기다려야 할 처지다.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그의 도덕성과 권위는 지속적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최근의 무리한 인사 행태는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철회하는 게 맞다. 이런 비판마저 듣기 싫다면 대책은 한 가지다. 감사원이 그의 인사 몽니에 대해 원칙과 규정대로 했는지 감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