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전자책 7천권 선보일 계획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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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자책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출판문화 전반에 대한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도 우리의 기술 수준이나 의식 풍토가 조금도 뒤지지 않아요.” 책이 컴퓨터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최근 국내 지식계에 전자책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전자책 제작 및 판매 벤처 기업 와이즈북(http://www. wisebook.com/) 오재혁 대표(33)의 자신감은 거침이 없다.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인 만큼 이와 관련한 오해도 적지 않아요. 전자책은 종이책 시장의 파이를 나누어 먹으려는 시장이 아닙니다. 저작권 보호 등 기존의 시장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종이책이 이뤄온 문화적 유산을 그대로 계승 발전한다는 데에서 출발하는 게 전자책입니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인터넷 벤처의 회오리처럼 전자책에 대한 관심도 벼락처럼 달아올랐기 때문에 그만큼 오해도 많았다는 게 오대표의 생각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와이즈북이 국내 유명 작가와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었다는 헛소문마저 기정사실화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지요. 차츰 축소되는 종이책 시장에 뛰어들어서 파이를 나누겠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요? 그건 종이책에게도 전자책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책이라는 이름만 같을 뿐이지, 실제적으로는 전혀 다른 시장입니다. 전자책은 기존의 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입니다.”

자신도 책이라면 밑줄도 긋고, 낙서도 할 수 있는 종이책에 훨씬 더 정이 간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오대표는 PC통신의 게시판을 통해 엄청나게 긴 분량의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자란 20대 독자들이 전자책 시장의 주요 타깃이라고 짚어낸다. 그들에게는 30, 40대 중년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정서적 특질이 있으며, 모니터를 통해 문화를 흡수하는 데에 익숙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까닭에 전자책 제작은 종이책 제작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종이책에 꼭 필요한 저자의 유명도, 일정한 분량, 제작비를 충당할 정가 시스템 등이 전자책에서는 평범한 저자, 멀티미디어적 요소, 낮은 제작비와 판매가격 등으로 대치된다.

오대표에게서는 일반적인 출판사 관계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낭만적’ 혹은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없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이거나 벤처 기업 경영인의 이미지가 훨씬 더 강렬하다. 그저 말로라도 “책을 좋아한다”는 식의 췌사로 자신을 꾸미는 일 따위는 마음에 내키지도 않는다. “운동을 좋아하지요”라고 솔직하게 드러낸다.

“책보다 디지털 문화를 사랑해요.”

전자책이 단순히 종이책과 같은 책을 제작 판매하는 일에만 그친다면 결코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상하는 그는 학교 공부를 마친 뒤(연세대 상대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음) 96년 삼성BP화학에 마케팅팀 직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경영학을 공부할 때부터 자신의 기업을 경영해 보고 싶었던 그는 자신의 회사가 IMF의 위기 중에도 사상 최고의 흑자를 내는 등 안정된 경영을 이루자 이제는 자신이 개인사업을 벌일 차례라고 판단하고 회사를 나왔다.

“작년 1월이에요. 전세계에 내다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생산라인을 갖춘 제조업을 경영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자본금을 확보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인터넷과 전자책에서 가능성을 찾게 된 겁니다.”

대부분의 벤처 기업들이 우수 인력을 고가의 스카우트 비용을 들여 빼오는 것과 달리 오대표는 사원을 뽑아 교육을 시키기로 했다. 지난 1월 그가 회사를 나와 처음 모은 것은 기술 인력들. 이들을 6개월간 집중 교육하면서 5월에는 세계 최초로 멀티미디어 전자책 기술 개발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기술력에 자신감을 갖게 된 오대표는 이어 7월에 전자책 전문 제작 및 판매 사이트인 와이즈북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와이즈북은 멀티미디어 전자책을 구현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어요. 또한 보안장치와 안정적인 개별 과금 방식, 강력한 압축 기술 등을 가지고 있어요. 이같은 우리의 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자신합니다.”

이처럼 자신만만한 그의 와이즈북은 설립 3개월 만에 5만명에 육박하는 회원을 확보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올려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모으고 있다.

“전자책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상품이에요. 그냥 텍스트를 줄줄 읽게 하는 것으로는 메리트를 살릴 수 없는 거죠. 전자책은 무엇보다 제작비와 구매 비용이 낮다는 것을 메리트로 들 수 있지만, 그것에만 치우치면 전자책 자체의 장점을 잊기 쉬워지는 겁니다.”

앞선 기술을 갖고도 현재 와이즈북에서 제작 판매하고 있는 책의 종수가 태부족하다며 오대표는 독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와이즈북만의 자랑인 멀티미디어 제작과정에는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된다고 한다. 현재 3만 종이 넘는 책의 계약을 마친 상태이고, 연말까지는 7천여 권의 전자책을 선보일 계획이란다.

“전자책 시장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종이책의 30%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오대표는 ‘합리적인 저작권 보호정책’을 바탕으로 한 멀티미디어 전자책으로 승부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전자책 관련 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시장은 각 사이트마다 1만 종 이상의 책이 나온 뒤, 전자책 단말기가 독립적으로 보급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평일에는 평균 하루 5회 이상의 비즈니스 관련 상담을 갖는 오대표. 자정 전에 귀가하는 일은 아예 없다. 토요일만큼은 집에서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려고 애쓰지만, 어렵게 귀가한 집에서는 저녁식사 후 모자란 잠을 보충하느라 이른 저녁부터 곯아 떨어지는 상황이다. 긴 잠을 잔 뒤, 일요일 오후에는 회사로 출근한다. 월요일 아침의 교통 정체를 피하기 위해서란다. 홀로 앉은 일요일 밤의 밤샘 작업은 그에게 전자책의 앞날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 와이즈북의 월요일 아침 회의가 활기로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보낼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면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을 하고, 또 온 천하를 떠도는 여행에 나서고 싶다고 더듬더듬 이야기하지만, 그의 속내에는 “전자책 시장이 성숙될 때까지는 모든 여유가 전자책에 투자될 것”임에 대한 뚝심을 엿볼 수 있었다.

오재혁 대표의 북마크 파일 오대표의 북마크 파일은 복잡하다. 인터넷 세계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서핑에서부터 관련 업계의 뉴스를 살펴보는 일은 그의 기본 업무다. 거기에 여덟 달 된 아기의 기저귀와 분유를 구입하기 위한 쇼핑몰 서핑도 빠뜨리지 않았다.

네이버 www.naver.com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가 그러하듯, 벤처업계 CEO들의 북마크 파일의 맨 위에는 검색엔진이 놓여 있다. 여러 검색 엔진 가운데 뉴스 검색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엔진이 바로 네이버다. 책 관련 정보 등 신문 뉴스를 빠르게 접해야 할 필요를 안고 사는 오대표 역시 이곳을 가장 자주 찾는다.

스포츠서울 www.sportsseoul.com
운동이라면 가리지 않고 즐길 줄 아는 오대표. 요즘이야 바쁜 일정으로 경기장에 나갈 틈을 낼 수 없는 상황이지만, 겨를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가장 먼저 뛰어갈 곳이 축구, 야구 등의 경기장이라고 흔쾌히 밝힌다. 스포츠 관련

사이트 중에 특별히 이곳을 찾는 까닭은 만화 ‘용하다용
해’의 무대리를 보는 일 때문.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는 상큼한 만화다.

대한통운 쇼핑몰 www.korexmall.co.kr
평일이나 주말이나 온통 회사 일로 집안 일 돌볼 틈이 없는 오대표. 여덟 달 된 아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 가지라도 거들고 싶어 자주 찾는 사이트다. 편의점보다 싼 기저귀와 분유를 비롯해 갖가지 아기 용품을 구입한다. 이 사이트는 오대표의 기술 연구팀이 제작한 것이어서 더 친근함을 갖고 있다.

eBookNet www.ebooknet.com
해외의 전자책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들르는 사이트. 해외의 전자책 시장에 대해 그다지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스테판 킹의 전자책 출간 등 갑작스러운 ‘대형 사고’를 치기도 하는 해외 동향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다. 더구나 아직 번역 서적에 대한 저작권 문제에 대해 해결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이 사이트를 들르는 일은 빼놓을 수 없다.

교보문고 www.kyobobook.co.kr
뭐니 뭐니 해도 종이책 흐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오대표. 국내 독서계의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곳으로 이곳을 들른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갖춘 교보문고 사이트는 그의 비즈니스 상 가장 중요한 서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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