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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여는 유동천 … 입술 타는 강원도 인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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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유동천

강원도 출신 인사들이 유동천(72·구속 기소)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강원도 동해 출신인 유 회장은 지역 출신 정·관계 인사들을 오랜 기간 관리하면서 정치자금이나 용돈을 수시로 건넸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다. 지금까지 유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지역 정치인은 모두 4명. 강원 지역에선 이들 외에 또 다른 이름이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28일 무소속 최연희(68·동해-삼척)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 의원은 2007~2009년 유 회장에게서 세 차례에 걸쳐 모두 6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이광재(47) 전 강원도지사와 이화영(49) 전 민주당 의원, 김택기(62)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각각 1500만~3000만원씩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여기에 유 회장으로부터 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27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철규(55) 전 경기지방경찰청장까지 더하면 모두 5명의 강원도 출신 인사들이 사법처리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11월 유 회장의 전화 통화 및 금전 거래 내역, 제일저축은행 임직원 진술 등을 통해 유 회장의 ‘관리대상’이었던 정·관계 인사들의 명단을 확보했다. (본지 2011년 12월 22일자 18면) 그러나 유 회장이 진술을 거부하면서 초기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은 수사진이 돈이 전달된 물증과 정황을 제시하며 압박하면서다. 금품 제공 사실을 끝까지 부인할 경우 자신의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진술을 시작한 이유였다고 한다.

 강원도 출신 인사들은 또 다른 동향(同鄕) 인물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유 회장과 함께 강원도 출신 금융인 모임에 참여했던 전직 금융계 고위 인사는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지역 인사는 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가뜩이나 다른 지역에 비해 세(勢)가 작은 강원도가 이번 사건으로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이들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유 회장이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 보좌관 박배수(46·구속 기소)씨에게 구명로비 대가로 1억5000만원을 건넸고, 이명박 대통령 사촌처남 김재홍(72·구속 기소) KT&G복지재단 이사장에게는 4억여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형근(67) 전 의원은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현직 의원 Y씨와 고문료 명목으로 돈을 받은 대통령 손위 동서 황태섭(74)씨의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유 회장은 그러나 돈을 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법처리된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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