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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광고의 희생양 WAP을 부활시켜라

중앙일보

입력

WAP이 벌써 과거의 뉴스가 돼버린 이유는 무엇인가? WAP의 전성기는 이미 지난 것인가?

6∼12개월 전부터 WAP을 차세대 기술 조류로 환영하던 업계의 분위기가 과장 선전으로 인한 실패작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주요 언론 매체들은 WAP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으며 한결 같이 기술과 서비스 양면에서 WAP의 결함과 실패를 강조하고 있다. WAP 가능 모바일 폰은 무선접속을 통해 특정한 종류의 인터넷 서버에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WAP의 실패는 기술과는 무관하며 문제의 본질은 과장광고에 있다는 사실이다.

소문을 따라서

업계의 소문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소문이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을 만들어냈다. 의견을 교환하는 실 사용자들은 기술개발에 있어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끼쳐왔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풍문은 신기술을 채택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배후세력인 셈이다. 이 역시 양날의 칼이라 단점과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이와 같은 부류로 볼 수 있는 채널들은 어떤 이유든 사용자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아주 혼쭐을 내줄 힘이 있다.

가장 적절한 예가 바로 WAP이다. 대다수 기업들은 인터넷 개발에 있어서 향후의 거대 조류를 좌우할 열쇠를 쥐고 있다는 확신 아래 WAP을 시장에 내놓는 일에 참여했고 이들은 WAP 기반 온라인 서비스의 잠재력을 소개하면서 다소 근거없는 과장광고에 의존했다.

부작용은 즉시 돌출됐다. 초기 수용자들은 잘못 구현된 서투른 1세대 서비스에 실망을 표했다. WAP은 실패작이다. WAP은 난관에 봉착했다. 한 마디로 WAP의 매력은 사라진 것이다.

냉소주의자는 기업들이 스스로의 마케팅 과장광고에 넘어간 사례로 이런 대실패를 들먹일지도 모르겠다. 사용자들이 현재 가능한 WAP 기술 수준에 어느 정도 실망을 표시하는 건 당연하다. 현재의 WAP 폰은 어이없게도 소형 화면을 자랑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고작해야 날짜를 맞추거나, 신호음 종류를 선택하거나, 어설픈 입력수단을 사용해 극히 단순한 전화번호부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적절치 못한 장비로 웹 서핑을 제공하려는 단순한 생각은 대부분의 잠재적 사용자들을 돌아서게 만드는 게 당연하다.

초기에 일었던 WAP에 대한 높은 기대는 최초 사용자들의 반응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공상과학영화 같은 미래에 대한 과장선전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손목시계 만한 멋진 플래시 고든(Flash Gordon) 타입의 모바일 통신장비로 모든 사람은 언제나 상호통신 가능하도록 연결된 상태에 있고, 비디오 및 사운드를 분주하게 교환하며, e-메일 및 음성 메시지는 물론 갖가지 제품 및 용역 서비스까지 척척 처리하는 정말 꿈같은 미래로 인도했던 것이다.

손에 딱 맞는 기기가 최고

그러나 최근 WAP이 겪은 현실과의 충돌은 모바일 컴퓨팅의 미래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전화를 걸고 받고 간단한 SMS 타입의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는 데 있어서 전화만큼 완벽한 도구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하지만 전화는 컴퓨터가 아니다. 전화는 앞으로 점점 더 정교해지겠지만, 핸드헬드와 아주 흡사해지지 않는 한 전화가 핸드핼드 장비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요즘 의미있는 초소형 컴퓨팅 장비는 팜 V인데 그 뒤를 다른 팜 모델들과 바이저, 그리고 포켓PC 시스템이 뒤쫓고 있다.

크기가 더 작은 장비는 상상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손과 손가락 크기를 현저히 줄이지 않는 한, 더 작은 핸드헬드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초소형 모바일 폰이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작다는 느낌을 줬던 것과 마찬가지다.

한 바탕 소동 뒤의 교훈

WAP의 초기 문제들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이 문제점들은 인터넷 폰에 대한 보편화된 시각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 인터넷 접속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온라인에 접속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물론 전화사들은 핸드헬드 컴퓨터로서 그 수가 갑절이 될 차세대 전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회사들이 질적으로 우수한 사용자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컴퓨팅 노하우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무엇보다 모바일 폰, 핸드헬드, 랩톱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용자로서 필자는 전화 달린 새 오거나이저나, 또 다른 OS와 또 다른 데이터 교환 문제를 갖게 될 새 WAP 브라우저를 갖느니 팜 V에 전화기능이 추가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단지 혼란을 원치 않는다는 거다. 경쟁은 시작됐다. 우리는 거창하게 예고된 차기 통합장비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모바일 폰과 오거나이저의 결합이다. 많은 기업들이 시도할 것이고 결국 누군가는 제대로 완성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온라인 미래가 어떤 모양새로 꼴지워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핸드헬드나 팜톱 컴퓨터보다 더 작은 장비로 유쾌한 컴퓨팅 체험을 할 수 있을까? WAP에 대한 비전은 전화가 아닌 다른 식으로는 온라인 접속을 꺼리는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온라인으로 갈 수 있는 확립된 경로가 존재한다. 바로 웹이다. 웹의 미래는 미래의 전화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전화가 오늘날의 웹과 같은 수준의 사용자 체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한다.

지금과 같은 WAP 서비스의 경우 자연스런 틈새시장을 찾게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한정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바로 틈새시장으로 기껏해야 텔레텍스트(Teletext)를 첨단기술로 보이게 만드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참아야하는 사용자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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