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부산서 첫 총선 지원 … PK 야당 바람 잠재우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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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호 08면

4월 총선부터 12월 대선에 이르기까지 가장 강력한 변수는 부산경남(PK)의 민심이다. 김영삼, 김대중 정권 시절까지 영남은 강력한 응집력을 발휘했다. 그러던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의 균열이 시작된 것은 10년 전이다. PK(김해) 출신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등장 때문이었다. 노 후보는 부산에서 29.6%(59만 표), 울산은 34.9%(18만 표), 경남에선 26.7%(43만 표)를 득표했다. 4년 전 같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DJ에 비해 부산에서 26만 표, 울산· 경남에서 35만 표 등 61만 표를 PK 지역에서 더 얻었다. TK쪽에선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를 압도적으로 밀어줬으나 노 후보는 전국에서 57만 표 차로 이 후보를 눌렀다. 노 후보가 PK에서 DJ보다 더 얻은 57만 표가 주요인 중 하나였다.

내일 당장 대선을 치른다고 해보자.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한국갤럽, 1월18일)를 근거로 계산해(지난 대선 투표율 기준) 보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105만 표 차이로 이긴다. 박 위원장은 안 원장에 비해 TK에서 73만 표, 충청에서 30만 표를 앞선다. 수도권과 TK, 충청에선 두 사람이 무승부가 된다. 나머지 승부처는 호남과 PK다. 호남에선 안 원장이 박 위원장을 114만 표나 앞선다. 박근혜 위원장이 승리하려면 유권자 600만 명의 거대 표밭인 PK에서 이를 능가해야 한다. 이회창 후보가 PK에서 노무현 후보를 65만 표 앞섰던 정도로는 계가(計家)가 되지 않는다. 박 위원장은 요즘 PK에서 안 원장을 8%(30만 표) 정도 앞서고 있다. 상황이 다급하다.

24일 박근혜 위원장이 첫 총선 지원 현장으로 부산을 고른 이유다. 부산에선 지금 안철수 원장을 대선 지지도 조사에서 앞서며 상승세인 문재인(부산 사상) 전 노무현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성근(부산 북-강서을) 민주당 최고위원이 바닥을 누비고 있다. 부산 출마자 절반이 노무현의 사람들이다. 박 위원장으로선 이 세를 삭감하는 묘수가 영 어렵다. 같은 헤비급을 붙이자니 진다면 안철수의 대체재(代替財)인 문재인을 거물로 키워준다. 아예 27세 여성인 현장밀착형 후보(손수조)를 ‘자객(刺客)’으로 보내려니 ‘우리가 시다바리가’란 역풍이 두렵다. 대표적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은 부산저축은행특별법 국회 처리에 박 위원장이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가덕도 신공항이 무산돼 열받아 있는 부산을 향해 ‘신공항 계속 추진’을 외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새누리당) 마이 찍었다 아이가”의 야성(野性)이 작렬할지, “우리가 친구 아이가”의 옛 우정이 지속될지 PK가 승부의 키를 쥐는 첫 선거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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