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광 시진핑 … 중국 축구 르네상스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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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를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20일(한국시간) 더블린의 크록파크 경기장에서 축구공을 차고 있다. [더블린 로이터=뉴시스]

‘시진핑(習近平·습근평·59) 바람’을 타고 중국 축구가 들썩이고 있다.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도 아시아 축구의 중심에 서지 못했던 중국이 시진핑 시대를 맞아 중흥의 깃발을 올릴 모양새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미래 권력’이다. 현재는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주석에 이은 2인자이지만 10월에 열리는 제18차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주석직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그는 다양한 운동 종목을 즐기고, 또 능통해 ‘스포츠 매니어’로 불린다. 스포츠를 외교적인 도구로 활용할 줄도 안다. 최근 미국 방문 도중 LA에 들렀다가 데이비드 베컴, 매직 존슨 등과 함께 미국 프로농구팀 LA 레이커스의 경기를 관람해 미국 언론으로부터 ‘열린 인물’이라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그런 시 부주석이 가장 아끼는 스포츠가 축구다. 그는 2009년 독일을 방문해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경기를 지켜본 뒤 “중국 축구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독일의 성공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눈앞의 성적이 아닌, 장기적인 축구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 또한 주목 대상이 됐다. 시 부주석은 “중국 축구는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 향후 20년간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줄이고 클럽팀을 통해 유소년을 키워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상하이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체를 운영 중인 린정(林征)은 “이제껏 중국 축구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대표팀 위주로 투자해 왔다. 하지만 선수 선발이 지나치게 엘리트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학원 축구가 고사 직전까지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시 부주석의 발언 이후 클럽 축구와 유소년 축구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2011년부터는 중국축구협회가 유망주들을 유럽으로 유학 보내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고 중국 현지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시 부주석의 취향을 읽은 중국의 부호들도 축구팀 운영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축구팀을 운영하는 기업에 공산당이 세금 감면, 대출 편의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과감한 투자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광저우 헝다의 구단주 쉬자인(許家印·54)도 광저우를 기반으로 하는 건설기업 헝다(恒大)그룹의 총수다. 그는 지난 시즌 600억원을 투자해 헝다를 중국 수퍼리그(1부 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4000여 명의 어린이를 가르칠 수 있는 매머드급 축구센터도 짓고 있다. 스페인의 명문 클럽 레알 마드리드에 운영을 위탁해 기본기가 탄탄한 유소년 선수들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광저우 헝다를 이끌고 있는 이장수 감독은 “중국 축구가 당장은 실력에서 한국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고 언급한 뒤 “하지만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단연 중국이 앞선다. 투자 의욕과 열기가 어마어마하다. 한국도 분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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