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최경준] 중국의 부조리를 바꾸기 위한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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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중국에서 인터넷 만화가로 네티즌에게 잘 알려진 왕보王波(필명 피산皮三)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화가이자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로 유명한 인권운동가인 아이웨이웨이가 수감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황급히 자신의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다. 아이웨이웨이의 수감사실과 이를 비판하는 짧은 글을 자신의 웨이보 微薄(중국판 트위터)에 올렸지만, 그 글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삭제되었다. 검열을 우회해서라도 이 사실을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한 컷 만화를 그려 풍자한 이미지를 자신의 웨이보에 올렸지만, 이 또한 30분도 지나지 않아 삭제되고 말았다. 이미지까지 검열되었다는 사실은, 검열이 컴퓨터가 아닌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 내에서 접속이 차단된 원윤차오(溫云超)의 개인 블로그(wenyunchao.com)에는 작년 말 “시나(新浪,Sina)의 투자자들에게 드리는 공개서신 (給新浪公司投資者的一封公開信)” 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원윤차오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마이크로 블로그인 시나의 웨이보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에 대해 가차없이 검열하는 것을 보고 위와 같은 공개서신을 썼다.

시나 웨이보라는 마이크로 블로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서술에서부터 시작해서 인권 및 민주문제를 거론하며 검열의 부당함을 역설하는 원윤차오의 글은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여태까지 보았던 여느 호소문과 매우 다르다.

그는 작년 2분기 실적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데, 매출은 증가하였지만 지출이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해 순이익은 오히려 줄었다고 지적한다(운영비용이 3200만 달러에서 5970만 달러로 증가. 순이익은 동기대비 60.3% 감소한 1000만 달러). 원윤차오는 이 지출의 증가가 대부분 인력보충에 의한 것으로써, 엄청난 양의 블로거들의 글을 검열하는 데 쓰이는 재원이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그 긴 공개서신에서 언론의 자유와 같은 여러 가지 도덕적 규범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결국 그는 시나에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행동해야 한다는 말로 결론을 맺는다.

이 문제가 더 이상 마이크로 블로그 유저들의 인권과 민주문제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경제문제와(이윤과)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고, 또 그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투자자라는 집단에게 이에 따른 행동을 취할 것을 피력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시사점이 있다. 어디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중국과 같이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경제적 인센티브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에서는 사람들의 정의와 양심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보다 더 실제적인 방법으로 개인과 기업/조직의 행위패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실질적인 대안으로 투자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생각은 매우 현실적이다.

올해 다음 세대로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이 시점에서 중국정부의 미디어 매체에 대한 검열 수준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이루어 지고 있고, 대기업들은 그 흐름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힘 없는 반정부 인사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봉쇄해왔고, 검열과 탄압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만한 개혁의 불씨는 타오르지 않았다. 인터넷이 보급화 되고 수많은 차단시스템과 방화벽이 유명무실해지면서 수많은 네티즌에게 소위 “진실”이 알려지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가리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라고 말했지만, 그 화약고가 정말 터지는가는 도화선의 존재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정치를 빼 놓고는 중국 경제를 논할 수 없으며, 그 반대도 충분히 성립한다: 경제(돈)을(를) 빼 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는 강한 자본주의적 성향을 띈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변혁을 논하고자 한다면 경제를 움직이는 막후세력인 투자자들의 동향을 살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중국 개혁의 도화선은 돈이다.

북경대 광화관리학원 재학 최경준(=sinopedia.p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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