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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 중소형 아파트 품귀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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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네요. 소형 주택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습니다.”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에 사는 김인권(40·가명)씨는 이달 초 전세로 살던 쌍용푸르지오 109㎡(33평) 아파트를 2억2000만원에 구입했다. 2년 전 1억원으로 전셋집을 마련했는데 계약 만기일이 되자 전셋값이 6000만원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같은 평형대 전셋집을 찾아 헤맸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김씨는 전세 매물이 없자 고민 끝에 대출을 받아 단지 내 같은 평형대 집을 매입키로 결정했다.

#2 “2년 전 전세금으로는 상가주택 월세 밖에 없더라고요.” 2년 전 천안시 동남구 청당벽산블루밍 105㎡(32평) 전셋집을 마련한 이진권(32·가명)씨 역시 재계약을 앞두고 집 주인이 집을 내놓는 바람에 같은 평형대 아파트 단지를 물색해 봤지만 전세금 6000만원으로는 들어갈 곳이 없었다. 2년 전에 비해 전셋값이 2배나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세매물도 없다. 결국 이씨는 상가주택 월세 계약을 맺고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사철을 앞두고 천안·아산 지역 전세난이 심각하다. 특히 66~112㎡(20~34평형)면적의 중소형 아파트는 연초부터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소형 아파트를 원하는 세입자들은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월세로 돌리거나 아예 가계 빚을 내 중형 아파트로 갈아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수요에 맞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아산 지역 중소형 아파트 중심으로 매매·월세 값이 크게 올랐다. 이사철을 맞은 서민들이 이사갈 집이 없어 애태우고 있다. [조영회 기자]

매매가 1년새 40~50% 오른 곳도

연초부터 천안·아산 지역 중소형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월봉청솔1·2차 아파트의 경우 1년 전 매매가격이 8000여 만원에서 최고 1억2000만원까지 거래되는 등 40~50% 상승했다. 56㎡(17평)면적 4000여 세대가 입주해 있는 신방동 초원아파트는 불과 7~8개월 전 5300만~6100만원에서 현재 7700만원을 호가하는 등 인기가 급상승 했다. 인근 중소형 단지인 월봉벽산·일성·태영 아파트 95~105㎡면적(29~35평)도 1억8000만~2억1000만원 거래가를 형성, 6개월여 만에 20~25% 가량 올랐다. 이마저도 매매·전세 물량을 찾기가 쉽지 않다. 5~10년 전 조성된 쌍용·불당·백석동 아파트 단지 역시 비슷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룸, 투룸 주택 전·월세 가격도 크게 올랐다. 대학이 많은 지역 특성상 개강을 맞은 학생들의 전·월세 수요가 급증한 데다 최근 정부의 대학생 전세자금 신규 대출이 전·월세값을 오르게 한 원인이 됐다. 가나공인중개사사무소 조귀자 대표는 “대형 아파트의 경우 수개월째 집을 내놔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는 반면 원룸·투룸을 비롯해 66㎡(20평)에서 105㎡(32평) 등의 중소형 아파트는 연초부터 이미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며 “주변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신방통정지구와 같은 일부 단지는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105㎡(32평) 전후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이 전국 주택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1월 16일) 천안(서북구)과 아산은 각각 전달에 비해 매매가격이 0.8%와 0.5% 올랐다. 충남 평균 0.5%에 비해서도 높았고 전국 평균(0.2%)에 비해서는 각각 4배, 2.5배 높았다. 2월 1주차에 들어서도 천안 지역은 평균 0.3% 상승해 충남에서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매매가 상승이 전셋값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월 10일을 기준으로 천안 지역 매매가격이 3.3㎡당 0.09% 올랐다.

1주일 전(0.01%) 보다 0.08%나 올랐다. 전셋값 변동률은 3.3㎡당 0.17% 올랐다. 한달 전인 1월 6일(0.1%) 이후 다시 상승했다. 봄 이사철을 대비해 미리 전세를 확보하려는 수요와 신혼부부 수요가 증가하면서 물량부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중소형 평수 실수요 공급 물량 바닥 드러내

천안 지역 중소형 아파트 물량은 거의 소진된 상태다. 1~2인 가구는 원룸과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이 꾸준히 늘면서 전·월세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중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3~4인 가구 공급물량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반면 대형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어도 실수요자가 원하는 평형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천안 지역은 지난해 기준으로 토지공시가격 1~5% 상승, 원자재 가격(철근 및 시멘트 등) 10~15% 상승, 표준 건축비 1~3% 상승, 인구증가율 2.5% 증가, 교통요지로서 지역적 특성, 200여 개 기업입주, 기존 임대사업자의 아파트 임대수익에 따른 임대인 보상심리 작용, 중소형 아파트 수급불균형과 같은 원인이 매매·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영행 부동산학 박사는 “천안은 인구 59만명, 예산 1조1650억, 재정자립도 47%, 1일 평균 인구변화율(출생 18명, 사명 6명, 결혼 13명, 이혼 4명)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다”며 “지난해의 경우 ‘인구증가율 및 출생률 상승’ ‘기업 200여 개 유치’ ‘1인당 지방세 100만원 초과’ ‘아파트 임대수익 마이너스’ 등이 주요 테마였는데 이 같은 특징은 올해 이사철로 접어들면서 아파트 매매와 전·월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 필요

중소형 아파트 매매·전세값 상승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물량을 늘리기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여부와 함께 현재 미분양 아파트로 고전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부담도 향후 중소형 아파트 건립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중소형 주택 매매·전세물량 해소를 위해서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인허가 물량을 미분양 물량과 연계해 적절하게 공급량을 조절해야 미분양으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을 수가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영행 박사는 “국가적 차원에서 전월세에 대한 바우처 제도 시행에 공감하지만 예산문제로 쉽게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자 중심의 주택, 즉 실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적정하게 공급하는 것이 필요한 만큼 시행사·건설사·천안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아파트 전세 및 매매가격 상승 원인과 대책

원인

- 지가상승(1~5%)
- 원자재 가격 상승(철근,시멘트 12~15%상승)
- 표준건축비상승(1~5%)
- 인구증가(연간 15000여명)
- 심리적 요인(2011년 이전 대부분 임대수익
→임대 수익은 이자 및 물가 상승분 만큼 만회하고자 하는 임대인의 심리작용

대책

- 임대주택 공급 확대
- 인·허가 물량을 미분양 물량과 연계해 적절하게 공급량 확대
- 실수요와 맞춤형 주택 공급
- 전·월세 바우처 제도시행
- LTV, DTI고려 대출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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