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스타 제러미 린은 대만 아닌 중국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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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BA 뉴욕닉스 의 포인트 가드 제러미 린이 지난 8일 워싱턴 위저즈와의 경기에서 호쾌한 원핸드 덩크슛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AP 연합]

미국프로농구(NBA)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황색 열풍의 주인공 제러미 린(24·뉴욕 닉스)의 혈통을 두고 중국이 다시 군침을 흘리고 있다. 세계적 스타로 부상한 린에게 ‘중국인’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싶어서다.

 린은 통상 대만계 미국인으로 불린다. 대만 출신 부모님이 1977년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린은 88년 샌프란시스코 팔로 알토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벤치를 지키던 린의 위상은 일주일 만에 급격히 달라졌다. 최근 주전으로 뛴 6경기에서 평균 26.8득점, 8.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 것. 그러자 지난해 야오밍이 은퇴한 이후 NBA에 대한 인기가 주춤했던 중국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차이치(蔡奇) 저장(浙江)성 조직부장은 지난 주말 웨이보(微博)에 “린의 외할머니 고향은 항저우(杭州) 북동쪽에 있는 지아싱(嘉興)”이라며 ‘대만계’라는 표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린의 외할머니 천이즈(陳意子)는 국공내전으로 1949년 대만으로 떠나기 전까지 이곳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큰아버지인 린지쭝(林繼宗)은 “린은 중국계가 아닌 대만계가 확실하다”며 못을 박았다. 그는 15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린의 부모 모두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과 대만의 이중국적을 갖고 있으며 린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린지쭝은 “린의 조상은 1707년 푸젠(福建)성에서 대만으로 건너왔다”며 “외가쪽 영향으로 대만과 중국 양쪽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부계를 따르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린이 공식적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는 이날 새크라멘토와 경기를 마친 후 “나는 대만에 강한 열정을 갖고 있다”며 “지난해 대만에서 최고의 여름을 보낸 것처럼 시즌이 끝나는 대로 다시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린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는데도 중국 CC-TV 등에서 중계를 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린이 대만계라는 점 외에 기독교인이라는 사실도 중국 당국의 심리를 불편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린의 활약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공식 입장까지 내놓았다. 평소 농구광으로 소문난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 편견의 벽을 허문 린에게 각별히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린은 “와우, 대통령이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정말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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