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스타들, `국민영웅'으로 개선

중앙일보

입력

시드니 올림픽 성화는 꺼졌지만 세계 각국에서는 개선영웅들에 대한 환영열기가 뜨겁다.

일부 국가에서는 올림픽 영웅들의 활약상을 국내 정치.사회문제의 돌파구로 삼는다는 비난도 있지만 국민들은 자국 선수들의 선전에 자부심을 느끼며 거국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남부지방을 휩쓸고 지나간 수해로 시름에 빠져있던 베트남 국민들은 여자 태권도 57㎏급에 천이헤우 응안(26)의 은메달로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52년부터 올림픽에 출전한 베트남에서 응안은 이름없는 처녀에서 조국 베트남에 올림픽메달을 최초로 안겨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베트남 정부는 응안을 포함 7명의 미니선수단을 위해 대규모 시가행진을 준비했는데 선수단이 탄 지프를 호송할 경찰오토바이만 해도 40여대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선수단은 시가행진을 마치고 하노이 시청앞 광장에 위치한 호치민 동상에 헌화할 예정인데 하노이 시내 전체가 이들에 대한 환영인파로 물결을 이룰 전망이다.

현지언론들은 응안이 벌써 2만2천달러를 포상금으로 확보했고 베트남태권도연맹과 올림픽위원회 등으로부터 성금이 줄을 이어 하루아침에 돈과 명예를 모두 얻었다고 연일 보도했다.

루마니아는 감기약 때문에 금메달을 박탈당한 안드레아 라두칸의 활약상을 영화화하는 등 `영웅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루마니아 한 영화사는 라두칸 가족에게 1만달러를 주고 라두칸에 대한 독점권을 얻는 동시에 루마니아어는 물론 영어와 프랑스어 배급망을 지닌 외국영화사를 물색중이다.

구성작가는 이미 1m47, 37㎏의 아담한 체구를 지닌 16세 소녀를 라두칸 대역으로 캐스팅해놓은 상태다.

한편 라두칸의 고향인 데바시에는 도심지역에 체조영웅 라두칸의 동상설립이 추진중이다.

에티오피아는 금메달 4개를 비롯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내는 등 모두 8개의 메달을 획득하자 이는 올림픽출전 44년만에 가장 좋은 기록이라며 흥분의 도가니.

특히 마라톤에서 게자네 아베라가 금메달, 테스파예 톨라가 동메달을 따내자 기다다 네가소에티오피아대통령은 1일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에티오피아 온 국민의 이름으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을 정도다.

사회.경제적 대변혁을 겪고 있는 중국은 시드니에서의 선전에 고무돼 이를 국가 발전의 추진력으로 연결시키려는 분위기다.

중국의 관영 언론들은 "선수들의 시드니에서의 선전은 곧 애국심의 발로"라고 극찬하며 "인민들도 그들의 열성을 따라배우는 데 적극 나서라"고 강조했다.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중국선수단은 이례적으로 국빈대접을 받았는데 베이징공항 활주로에 붉은 양탄자가 깔렸고 군악대 연주속에 선수단 행진이 벌어지는 등 진풍경이 연출됐다.

신화사통신은 "조국은 당신들을 환영한다. 조국은 당신들이 한없이 자랑스럽다"고 극찬했고 인민일보는 금메달리스트 28명의 사진을 일일이 개제하면서 이들의 성적을 나열해 관심을 끌었다.(하노이.베이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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