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램 가격 계속 떨어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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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 하락에 삼성전자가 속으로 웃고 있다. D램 가격이 떨어지면 이익도 줄어들어 삼성전자가 결코 바라지 않는 일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 그러나 삼성전자는 D램가 하락으로 얻을 수 있는 `큰 소득''이 있다. 경쟁업체들이 투자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나홀로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 10라인과 11라인 그리고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 4공장과 5공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막대한 순익을 얻은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10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이 투자를 자체 재원으로 모두 충당할 계획이다.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반도체업계에서 막대한 시설투자를 차입금 없이 해결하는 기업은 인텔과 삼성전자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업체들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8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현대전자는 신규투자는 엄두도 못내고 기존 생산라인의 업그레이만을 진행하고 있다.

3년간의 적자에서 올해 겨우 흑자로 돌아선 미국의 마이크론은 차세대 생산시설인 300㎜ 웨이퍼 라인 투자를 서두르고 있으나 투자재원이 충분치 못해 고심하고 있다. 독일의 인피니온은 차세대 주력제품인 128메가 D램에서 시장을 주도하기는 힘들 것이라 판단, 차차세대 제품인 256메가 D램에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D램 가격이 떨어져도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투자재원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경쟁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D램 고정거래선 가격이 현재의 7달러대를 유지하면 모든 업체들이 필요한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5-6달러대로 떨어질 경우 일부 업체들은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업계는 지난달 삼성전자의 10라인과 11라인 반도체라인 투자발표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2.4분기 PC시장이 예상외로 저조했던 상황에서 신규투자를 통해 D램 공급량을 크게 늘리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한 반도체전문가는 "세계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야 D램가가 5-6달러로 떨어져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다른 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며 "삼성전자의 공격투자는 가격경쟁을 통한 1위 굳히기"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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