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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정상급 투수로 도약한 박찬호

중앙일보

입력

30일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멋진 완봉승을 이끌어내며 2000년 시즌을 마감한 박찬호(27.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가장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

시즌 18승(10패)의 성적을 올린 박찬호는 다저스 팀내 다승 1위는 물론 메이저리그 다승과 방어율 , 탈삼진 부문에서 고루 상위권에 올라 '정상급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 박찬호가 거둔 성적은 34경기 출장과 226이닝 투구, 방어율 3.27, 탈삼진 217개. 미국 무대에 뛰어 든 뒤 승수, 투구이닝, 방어율, 탈삼진 모두 자신의 최고 기록이다.

다저스가 속해 있는 내셔널리그에서 박찬호보다 승수가 더 많은 투수는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그렉그 매덕스, 톰 글래빈(이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대릴 카일(시애틀 매리너스) 등 4명.

'파워 피처'의 훈장격인 탈삼진에서는 '닥터 K' 존슨에 이어 단독 2위에 랭크됐다.

투수들의 기량을 재는 가장 중요한 잣대인 방어율에서도 박찬호는 존슨, 브라운, 매덕스 등 슈퍼스타 투수들에 이어 7위에 올랐다.

나란히 20승을 올린 글래빈과 카일보다 방어율은 더 낮다. 지난해까지 '미완의 대기' 또는 '유망주'로 취급받던 박찬호는 그가 우상처럼 우러러보던 슈퍼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물'로 성장한 것이다.

특히 박찬호가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지 불과 5년만에 이처럼 성장한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드문 경우여서 앞으로 박찬호는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와 존슨이 누리고 있는 '투수지존'의 자리까지 오를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이런 성장세가 지속되면 박찬호는 시즌 20승 달성과 사이영상 수상 등 명예와 함께 연봉 1천만달러 이상의 부(富)를 한손에 움켜쥐게 된다.

벌써부터 다저스 주변에서는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하는 박찬호를 잡기 위해 수천만달러의 천문학적 다년계약 추진설이 흘러나오는 등 성공의 결실을 눈앞에 뒀다.

작년 '발차기 사건' 등으로 시련을 겪다 형편없는 금액의 다년계약을 포기하고 1년 계약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 멋지게 성공한 셈.

그러나 데뷔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을 냈지만 박찬호는 최정상급 투수로 완전히 자리 매김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숙제를 남겼다.

후반기 들어 나아졌지만 제구력 불안으로 볼넷을 남발하는 폐단으로 박찬호는 볼넷 허용개수 리그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차지했다.

경기당 8개 안팎의 삼진을 낚는 박찬호지만 경기당 5개 가량 볼넷을 내주는 들쭉날쭉한 투구로 동료 수비수들과 코칭 스태프에게 불안감을 줘왔다.

또 완투 경기가 올해 2차례에 불과한데다 완봉승은 데뷔 이래 겨우 한차례 달성하는데 그쳐 완봉과 완투를 수시로 이뤄내는 정상급 투수들에 비해 한 수 아래로 취급당한다.

이와 함께 박찬호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팀이 요긴할 때 승수를 올려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박찬호는 해마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무산된 뒤에야 신나는 연승 가도를 달리며 승수를 올려왔으며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박찬호는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된 제구력 불안과 투구수 조절 실패 등의 문제점을 일거에 털어낸 모습을 보이며 완봉승을 일궈내 더욱 향상된 내년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완투 능력에 대한 동료들의 의구심을 떨쳐버린 박찬호는 이제 꿈에 그리던 사이영상은 손에 쥔 것이나 다름없는 '최고 투수'로 태어났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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