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북한 스포츠

중앙일보

입력

북한 스포츠가 기로에 섰다.

시드니올림픽에 31명의 선수를 파견해 금 2-3개를 자신하던 북한선수단은 폐막을 하루 앞둔 30일 현재 금메달 하나없이 은 1, 동 2개를 기록, 출전 200개국중 50위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김중원, 길재선, 김정철 등 3명의 마라토너가 10월 1일 경기를 남겨놓고 있지만 세계 정상권과는 기록차이가 커 사실상 금 사냥은 포기한 상태.

북한의 노골드는 은 3, 동 2개로 27위에 자리한 80년 모스크바대회 이후 무려 20년만의 일이다.

모스크바대회 이후 두차례의 올림픽에 불참했음에도 불구, '92바르셀로나대회에서는 금 4개(16위)를 건졌었고 '96애틀랜타대회에서는 계순희라는 슈퍼스타를 탄생시키며 금 2개(33위)를 낚았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하락세.

이는 북한이 자랑하는 슈퍼스타들의 성적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여자 유도 48㎏급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차현향이 4강 문턱에서 다무라 료코(일본)에게 아깝게 지더니만 52㎏으로 체급을 올린 계순희마저 4강에서 레그나 베르데시아(쿠바)에 분패, 동메달에 그치면서 북한선수단에 충격을 안겼다.

또 중국 선수들의 불참으로 금메달이 확실시돼던 여자역도 58㎏급의 리성희는 어처구니없는 작전실패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98방콕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은퇴했다 복귀한 `안마왕' 배길수는 팔목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메달권에서 떨어졌고 복싱 기대주 김은철도 라이트플라이급 준결승에서 무너져 동메달에 그쳤다.

레슬링에서는 그레코로만형 54㎏급의 강영균이 동메달을 추가했지만 강세를 보여온 자유형의 진주동(54㎏)과 조용성(63㎏), 리영삼(58㎏)이 모두 예선탈락, 북한스포츠의 몰락을 부채질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국내 스포츠전문가들은 "북한 스포츠는 여전히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폐쇄적인 훈련방식과 국제무대에서의 경험 부족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제스포츠계에서 더욱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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