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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부금 579억 이자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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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소재 4개 사립대 재단이 최근 5년간 연구비·장학금 용도로 사용돼야 할 기부금 579억원을 대학에 주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동문·독지가·기업 등이 낸 기부금을 재단이 편법 관리하면서 억대의 은행 이자를 챙겼다.

 본지가 13일 입수한 감사원의 ‘2011년 사립대 재정·회계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4개 재단은 2006~2010년 받은 기부금 3554억원 중 2975억원만 대학에 돌려줬다. 나머지 579억원은 재단 계좌에 넣어둔 채 변칙 관리했다. 이 돈을 은행에 넣어만 놔도 연간 이자(연리 4% 기준)가 23억원이나 된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현재 규정으로는 재단이 관리하는 기부금에서 나오는 이자는 재단 소득으로 처리된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A재단은 기부금 689억원 중 404억원만 대학에 주고 285억원(41%)은 재단이 관리했다. B재단도 457억원 중 156억원(34%)을 대학에 주지 않았다. 각각 1581억원과 827억원을 모금한 C(7%)와 D(4%) 재단도 기부금 일부를 따로 챙겨놓았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교과부에 “기부금을 재단이 관리하는 건 기부 대상을 학교로 정해놓은 소득세법·법인세법 등에 배치된다”며 “재단이 기부금을 학교에 주지 않고 장기 보관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지적했다.

 현행 사립학교법(29조)에서도 교비회계(학교)에서 법인회계(재단)로 돈이 들어가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학생 교육과 교수 연구를 위해 쓰여야 할 돈이 재단으로 편입돼 유용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소득세법(34조)과 법인세법(24조)도 기부금 사용 주체를 학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교과부가 기부금 모금 주체를 학교와 재단으로 이원화해 놓아 다양한 편법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교과부가 만든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학교와 재단 모두 기부금을 모을 수 있게 해 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학 명의 계좌로 들어온 기부금이라도 숙명학원(이사장 이용태)처럼 교비회계 수입으로 잡지 않고 재단으로 이체해 법인회계 수입으로 기재하면 법망을 피할 수 있었다. <본지 2월 9일자 1, 12면>

 이에 대해 독고윤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부자의 소중한 뜻이 편법으로 이용되는데도 문제가 없다는 재단들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이 같은 편법을 방조한 교과부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에서도 제도적 허점을 방치한 교과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안민석(민주통합당) 의원은 “사립대가 기부금을 유용했는데도 교과부 대응은 안일하고 한심스럽다”며 “교과부는 문제 재단과 대학 징계를 포함한 대책을 당장 세우라”고 촉구했다. 김창경 교과부 2차관은 “장관도 (이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도 기부금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고 답했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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