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종목 "서러워"

중앙일보

입력

올림픽은 소위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4년마다 치르는 잔치다.

평소에는 어느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지만 이 때 만큼은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메달이라도 따내면 졸지에 '영웅' 이 된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선수들은 4년간 무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땀을 흘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올림픽에서마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서러움을 느껴야 한다. 야구와 축구에서 프로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응원단을 이들에게 뺏겼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가리는 결승전에서도 레슬링장이나 태권도장.배드민턴장에서 한국 응원단의 수를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협회 관계자들을 빼면 순수 응원단은 대체로 20명을 넘지 않는다.

태극기나 한반도기를 흔드는 한국 응원단은 기껏해야 5~6명씩 여기저기 띄엄띄엄 앉아 있을 뿐이다.

"도대체 한국 응원단은 다 어디로 갔는가?"

상대 선수를 응원하는 함성 속에 쓸쓸히 경기를 치르는 한국선수들을 바라보면서 대한체육회 간부들이 내뱉은 말이다.

시드니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많은 단체들이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을 단체로 응원할테니 보조를 해달라" 며 손을 벌렸다는 얘기다. 그 손길이 정작 메달을 따는 중요한 순간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응원단은 '신나는' 응원을 즐겼다.

한국에서 원정간 응원단뿐 아니라 호주 교포들도 소위 인기종목 위주로 구경을 다닌다. 자신이 좋아하는 종목의 경기장에 가서 마음껏 응원하고 즐기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마저 외면당하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 "왜 금메달을 따지 못했느냐" 고 탓할 수 있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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