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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맡기 무섭다 … 손사래 치는 중1·2 교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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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부산의 A중학교 교장은 요즘 교사들을 상대로 ‘담임 맡기기’ 전쟁을 하고 있다. 3월 개학을 앞두고 다음 주까지는 담임 배정을 마쳐야 하지만 맡겠다는 교사가 드물어서다. 이 학교는 1~3학년 22개 학급에 학생 수는 700여 명이다. 10일 현재 담임을 지원한 교사는 전체 42명 중 10명에 그쳤다. 그나마 10명 중 5명은 교장이 “담임은 부모와 같다”며 호소해 자원한 이들이다. 이 학교 교장은 “생활지도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 최근 학교폭력 책임을 물어 교사를 형사 입건하는 일이 잇따르자 교사들이 담임을 회피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국 초·중·고교에 담임이나 생활지도 교사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며 교사들의 생활·인성지도를 강화하고 부(副)담임제 도입까지 독려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담임 기피가 가장 심한 곳은 학교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중학교다. 충북 청주시 C중학교는 아직 새 학기 담임을 결정하지 못했다. C중 교장은 “교감과 보직교사를 제외한 27명 중 26개 학급 담임을 정해야 하는데 나서는 이들이 없어 강제 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특히 중1과 중2 담임을 꺼린다. 서울 은평구의 B중 교감은 “고교 진학을 앞두고 의젓해지는 중3과 달리 중2, 중1은 거칠고 반항적인 사춘기를 겪어 교사가 지도하는 데 애먹기 때문”이라며 “교사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의 영향으로 올해는 더 담임을 꺼린다”고 전했다. 한국여성정책원에 따르면 중2와 중1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각각 15.9%, 14.5%로 나타났다. 중3(10.4%), 고1(4.6%), 고2(4.6%)에 비해 높은 수치다.

 생활지도 교사도 구하기 힘들다. 경력 30년을 넘긴 서울 강남의 고교 생활지도부장은 “올해부터는 절대로 맡지 않겠다고 학교에 밝혔다”고 했다. 그는 “경찰이 졸업식장을 지키고 교사는 휴대전화를 쓰는 제자도 제지하지 못하는 데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김양옥 교원정책과장은 “담임 배정은 학교 인사자문위원회를 거쳐 교장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개 교사들이 주축인 위원회가 본인의 의사와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교장·교감들은 “설득이 중요하지만 담임과 생활지도 교사의 사기를 북돋울 방법이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담임 수당은 월 11만원, 부장 수당은 7만원 정도다. 서울 양천구의 한 교장은 “교사의 초심을 생각하자고 하거나 내년에는 (담임에서) 빼주겠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학교 측은 신입 교사에게 기피 학년을 맡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 10, 14일 공립 초·중·고 교원 인사가 난다. 강서구의 중학교 교장은 “부족한 담임은 새로 온 교사들이 맡아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는 5, 6학년이 기피 학년으로 1년간 맡고 저학년으로 바꿔주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경찰관들은 사이에선 학교폭력 수사 경쟁이 붙고 있다. ‘학교폭력 소탕 방침’에 따라 올해 학교폭력 수사에 기여한 경찰관 40명을 특진시킨다는 경찰청 방침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관은 “특진뿐 아니라 근무평정에도 학교폭력 단속 실적이 반영될 수 있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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