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 코비 … 하버드 출신 대만계 가드 NBA 돌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뉴욕 닉스의 제러미 린이 5일(한국시간) 매디슨스퀘어에서 열린 뉴저지와의 홈 경기에서 덩크슛을 하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미국 프로농구(NBA)가 아시아계 가드에 매료됐다. 반신반의하던 팬들은 이제 그가 공을 잡으면 박수를 치거나 환호성을 내지른다. 그에 화답하듯 착실한 득점과 어시스트로 경기를 조율하다 빈틈이 보이면 번개 같은 돌파에 이은 덩크슛으로 림을 흔들어버린다. 대만계 미국인 제러미 린(24·Jeremy Lin·뉴욕 닉스) 이야기다.

 린은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다. 린 이전에 아시아계 선수들은 야오밍(중국·2m29㎝), 이젠롄(중국·2m13㎝), 하승진(한국·2m21㎝)처럼 체격을 앞세워 주로 센터나 파워포워드로 뛰었다. 가드도 있었지만 흑인과 유럽계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포인트가드 린은 현재 NBA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시작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원하는 대학을 가지도 못했고, NBA 드래프트에서도 뽑히지 못했다. 하지만 시련에 실망하지 않고 노력했기에 NBA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

 린은 어린 시절 농구에 재능을 보였다. 팰로앨토고교에 재학 중 경기당 15.1점, 7.1어시스트, 5스틸 활약으로 캘리포니아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공부도 잘해 농구 명문 UCLA와 스탠퍼드대 진학을 꿈꿨다. 하지만 입학 허가를 받지 못해 하버드대에 진학했다.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낮에는 수업을, 저녁과 자유시간에는 훈련을 계속했다. 2학년부터 주전으로 뛰며 4학년까지 경기당 평균 15.6점을 기록했다.

 NBA가 보이는 듯했다. 2010년 NBA 드래프트를 신청했다. 하지만 그를 택하는 구단은 없었다. 하버드대가 농구 명문이 아닌 탓에 주목받지 못했고,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도 핸디캡이었다. 그래도 린은 포기하지 않고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이 뛰는 서머리그에서 기량을 쌓으며 NBA를 노렸다. 스카우트의 눈에 들어 2010년 7월 골든스테이트와 입단 계약을 했다. 1954년 에드 스미스 이후 56년 만에 하버드대 출신 NBA 선수가 된 것이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시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린은 골든스테이트에서 경기당 평균 2.6점·1.4어시스트의 성적을 남긴 채 지난해 12월 방출됐다. 때마침 가드를 구하던 뉴욕 닉스가 손을 내밀었다.

 뉴욕 닉스에서도 린은 백업선수였다. 하지만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자 기회가 왔다. 린은 지난 5일 뉴저지와의 홈 경기에 교체 출장해 25점·7어시스트로 깜짝 활약했다. 7일 NBA 데뷔 후 자신의 첫 선발 출장경기에서도 유타를 상대로 28점·8어시스트를 기록했고, 9일 워싱턴전에서도 23점·10어시스트로 107-93 승리를 이끌었다. 키 1m91cm의 포인트가드 린은 과감한 돌파와 폭발적 득점력으로 팀 승리를 이끈다는 점에서 코비 브라이언트(LA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마이애미) 등과 비교된다. 뉴욕 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1면에 린을 소개했고, AP통신도 “린은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선수”라고 보도했다.

이형석 기자

제러미 린

■ 생년월일 : 1988년 8월 23일

■ 신체조건 : 1m91㎝·91㎏

■ 출신교 : 팰로앨토고-하버드대

■ 주요 경력 : 서머리그(2010년)→골든 스테이트(2010년 7월)→방출(2011년 12월)→뉴욕닉스(2011년 12월)

■ NBA 통산 : 40경기 4.0점, 1.9도움, 1.3리바운드

■ 최근 세 경기 : 25.3점, 8.3도움, 3.7리바운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