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주식은 패션 - ‘순환매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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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고 있어 혼란스럽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우리 속담을 잊지 말자. 폭락장에서도 살아날 방법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호에 ‘주식은 패션’이란 화두를 독자들에게 던져 놓고 싶다.

(1)규칙적 패션(주식의 순환매)

주식시장은 규칙적이면서도 불규칙한 운동을 반복하는 아이러니를 지니고 있다. 전형적인 예는 많다. 종합지수는 어떤 일정한 경제적인 틀에 구속되는 반면 종합지수와는 무관하게 상승과 하락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특정기업의 주가 움직임들이 바로 그것. 이 주가들은 규칙적이면서도 불규칙한 운동을 한다.

이것은 종합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하더라도, 전종목이 하락하지 않고 일부 종목은 상승하는 영원한 순환매를 한다는 ‘규칙적 패션’의 논리를 뜻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런 순환매의 고리는 끊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이러한 생리를 아는 소수의 고수들은 그래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냈다.

그러면 주식시장의 순환매는 어떤 형태로 형성되는가. 금융주 및 건설주(증권, 은행, 보험) → 저가 개별주 → 중고가 소형주 → 우량제조주 - 금융주 및 건설주 순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자. 97년 7월부터 12월까지 트로이카(증권, 은행, 건설) 종목군이 대상승하는 동안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미미했었다.

그러나 트로이카 종목군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동안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우량 제조업체들의 상승률은 가공할 만큼 컸었다. 현재 주식시장의 흐름도 이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는다. 따라서 독자들이 요즘 주식시장에 접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을 따져보자.

첫째, 지속적으로 큰 시세를 낸 종목이 단기간에 많이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는 것. 혹여 언론 또는 전문가 집단이 적정주가가 얼마라는 등의 현재 주가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해도 현혹돼서는 안된다. 기업의 적정주가는 시장에서 인정받는 금액이다. 큰시세를 마감한 종목은 절대 쳐다보지 말길 바란다.

장기소외(최소한 1년 6개월 이상 지속하락)되었던 주식중 현재 움직임이 상승추세에 있으면서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소형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된다. 이것이 규칙적 순환매 흐름의 현재 시점으로 생각된다.

(2)불규칙 패션(잔칫집을 찾아라)

주식시장은 어떤 특정세력에 의해 특정기업 또는 업종군으로 소형 테마가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폐수오염, 오존층 파괴 같은 환경관련 뉴스가 헤드라인 기사로 나오는 경우 환경관련테마가 일어날 수 있다. 야후 해킹 뉴스는 컴퓨터 보안테마를 불러일으킨 전례가 있다. 복제양의 유전자 복제로 생명공학테마가 발생한 것도 마찬가지다. 테마의 강도 및 그 당시의 시장상황에 따라 상승률의 크고 작음이 결정된다. 장이 횡보 또는 하락인 경우는 반짝 테마로, 장이 큰 반응 또는 지속상승인 경우 대형 테마로 등장한다. 이러한 테마주의 등장은 위에서 언급한 규칙적 순환매와는 무관하게 나타난다.

투자자의 대부분은 이런 테마주를 상승 초기에 타지 못한다는 것. 자칫 더 상승할 수 없는 시점에서 환상에 사로잡혀 매수하여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후로는 상승 초기의 시기를 놓쳤다고 판단되는 경우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배짱을 길러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잔칫집은 고대광실일 수도 있고, 허름한 초가일 수도 있다. 단 중요한 것은 허름한 초가라도 밀전병을 붙이는 기름냄새가 날 경우 발빠르게 줄을 선다면 담장 밖에서 국수 한 그릇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 하지만 잔칫집에서 먹고 나온 사람들이 하는 ‘먹을 게 많다’는 말만 믿고 뒤늦게 잔치가 다 끝난 99칸 대궐집에 줄을 선다면 얻어먹질 못한다. 오히려 배고픈 상태에서 강제로 붙잡혀, 재수없이 남이 먹고 간 빈접시나 닦는 신세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시점이 여름인지 겨울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겨울이 되면 남들과 같이 가죽점퍼를 입어야 한다. 여름에 반팔 티가 유행했다고 해서 철 지난 반팔 티를 입고 있다가 독감에 걸리는 그릇된 패션을 추구해서는 안될 것이다(다음편 예고·1. 적토마를 잡아 타라·2. 거래량의 비밀).

김성기 (주)윈스탁 커뮤니케이션즈 투자연구소 소장 855kim@hanmail.net / 이코노미스트 제5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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