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도 학교폭력인지 몰라 … 제대로 알아야 줄어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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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프렌드 소속 봉사자가 지난해 시흥시 신천초 6학년생들에게 학교폭력예방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대야종합사회복지관 제공]

“학교폭력의 상처는 아이 마음에 평생 남을 수 있어요. 그런데 학부모나 교사들은 ‘이 때만 넘기면 괜찮겠지’라고 쉽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아이들에게 상담기관이나 주변의 어른들이 확실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줘야 해요.”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대야종합사회복지관 소모임실. 복지관에 모인 5명의 어머니와 1명의 아버지가 토론 중이다. 시흥시 초·중학교에 학교폭력예방교육을 나가는 ‘굿프렌드(Good friend)’ 소속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날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하고 있는 연구모임 날이다.

 이들은 이 복지관이 2005년부터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진행한 학교폭력 관련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120여명의 주민이 학교폭력예방교육 전문가·경찰 등으로부터 학교폭력실태와 관련법률, 상담기법 등을 배웠다. 이들은 지난해에는 신일초·신천초·은계중 등 10개 학교에서 학생 500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봉사자 중 3명은 인근 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 중 이춘경(45·여·시흥시 신천동)씨는 2006년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 때문에 학교폭력예방교육을 받게 됐다. “2학년 때 전학을 가게 된 딸이 학급에서 따돌림 당하는 것을 보고 나부터 학교폭력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육받기 전에는 아이에게 무조건 참으라고만 했는데 지금은 싫다는 의사표현을 확실히 하라고 가르치죠.” 이씨는 “아이 때문에라도 이 활동을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굿프렌드’ 봉사단은 매년 초 교육을 희망하는 학교와 1년 단위로 협약하고 연 2회 학교폭력예방교육을 나간다. 교육내용은 학교폭력의 종류·대처방법·관련법률 등이다. 2005년부터 활동해온 김이심(48·여·시흥시 은행동) 회장은 “사소한 행동이나 장난도 학교폭력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면 대부분 ‘이런 것도 폭력인지 몰랐어요’라는 반응을 보여요. 아이들에게도 정확한 지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끼죠”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야복지관과 시흥청소년수련관에서 상담봉사자로도 활동중인 강명숙(55·여·시흥시 대야동)씨는 “교육 중에 학교폭력을 당하는 느낌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해볼 수 있도록 역할극을 해요. 가해자였던 학생이 거꾸로 피해자가 돼보고서는 괴롭혔던 학생에게 ‘너 이렇게 속상했어? 싫다고 말이라도 좀 하지’하며 사과한 경우도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4년째 강의를 다니다 보니 강씨는 강의 도중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누구인지, 가해학생은 누구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끔 됐다고 한다. 상황이 심각해 보일 때는 담임교사와 의논해서 복지관 상담사에게 아이를 연결시켜준다는 설명이다.

  레크레이션 강사이자 봉사단 청일점인 김성제(48·시흥시 정왕동)씨는 2009년부터 활동했다. “더러 아버님들이 중·고생 자녀들에게 일어난 일을 얘기하며 ‘이것도 학교폭력에 속하냐’고 묻기도 해요.”

 지난해 6월 ‘굿프렌드’는 2009년부터 3년간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한 신일초 6학년 20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공격성향이 낮은 것으로 보는 ‘공격성 척도’가 조사결과 41점에서 44점으로 높아졌다. 폭력예방교육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특히 학생들은 설문지 의견란에 ‘장난이나 놀리는 것도 학교폭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먼저 나서서 학교폭력을 예방해야겠다’ ‘4학년때 왕따 당한 적이 있었는데 예방교육을 받았었다면 더 잘 해결했을 것 같다. 이제 학교폭력을 당하는 다른 친구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등의 다짐을 적어냈다. 김이심씨는 “연 2회 강의로는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며 “현재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인 교육연령도 더 낮추고 교육 횟수도 더 늘려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새별 행복동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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