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민이 4시간30분이나 혹한에 떨었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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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 지하철 1호선이 2일 강추위 속에서 4시간30분이나 멈춰 섰다. 이날 오전 7시22분 서울역 근처에서 전동차가 고장난 데 이어 사고 차량을 옮기는 과정에서 탈선까지 발생해 정오 무렵까지 상행선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사고 차량에 제동장치가 걸린 줄도 모르고 다른 열차로 무리하게 밀어 옮기려다 바퀴가 레일에서 뜨면서 탈선했다니 명백한 인재(人災)다.

 특히 ‘시민의 발’이 묶인 뒤 언제쯤 운행이 재개될지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용객들을 더욱 우왕좌왕하게 한 것은 더 큰 문제다. 운행 정보를 전해듣지 못한 이용객들은 수도권 곳곳에서 추위에 떨며 출근 대란에 시달려야 했다. 운행을 담당하는 코레일과 관제를 담당하는 서울메트로 모두 위기대응 능력과 이용객 서비스 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전동차 고장의 원인으로 배터리 성능이 강추위로 떨어졌다는 점이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강추위는 며칠 전부터 예보된 데다 과거 기온이 이보다 더 낮았던 때에도 문제가 없었던 점으로 미뤄 코레일의 차량 정비·점검 소홀이 의심받고 있다. 사실 코레일에선 올해 들어 기계적 결함도 없는데 기관사 실수로 전동차가 역주행한 일이 세 차례나 발생해 기강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와중에 또다시 인재형 사고를 냈으니 그런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운행을 담당하는 코레일과 관제를 담당하는 서울메트로가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사고 처리가 늦어진 데 대해 코레일 측은 “서울메트로가 관제하는 구간이라 사고 처리가 늦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서울메트로 측은 “사고 직후 바로 사고 처리에 나섰고, 관련 사안을 즉시 코레일 측에 전달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공기업들이 이렇게 책임을 서로 미루는 모습은 낯 뜨거운 일이다.

 코레일과 서울메트로는 변명과 책임 회피 대신 불편을 겪은 이용객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신속한 사고 원인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몰두해야 한다. 특히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용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위기 대응 매뉴얼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