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하네, 그렇게 땀 흘렸는데 피부는 뽀송뽀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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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숯가마에 들어가면 뜨거워서 버티기가 힘들다. 속으로 숫자 10까지 센 다음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숫자를 하나 더해 세고 나오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땀이
흐르고 호흡이 편안해진다.[사진=신동연 선임기자]

처음 숯가마에 들어가면 뜨거워서 버티기가 힘들다. 속으로 숫자 10까지 센 다음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숫자를 하나 더해 세고 나오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땀이 흐르고 호흡이 편안해진다.

이번 주 week&은 아주 뜨끈한 겨울여행을 준비했다. 몸은 따스해지는데 역설적으로 속은 시원해지는 찜질 기행이다. 전국 팔도를 뒤져 찜질 명소 두 곳을 다녀왔다. 서해안 해수찜의 명가로 통하는 전남 함평의 ‘신흥해수찜’과 강원도 숯가마 찜질의 원조로 불리는 횡성 ‘강원참숯가마’다.

해수찜과 숯가마, 두 곳 중 어느 게 더 나은지 장담은 못하겠다. 대신 두 찜질 모두 심신정화는 확실히 보증한다. 신흥해수찜 정영기 사장과 강원참숯가마 서정원 공장장에게서 직접 찜질 예찬을 들었다.

글=나원정 기자

함평 해수찜  유황돌로 팔팔 끓인 바닷물 찜질

함평에서 일평생 해수찜 집을 경영해온 정영기(71)라 합니다. 함평은 앞바다가 죄 개펄이에요. 천연 미네랄이 많아서 해수찜에 좋지요. 1960년대까지는 집마다 웅덩이를 파놓고 해수를 끓여 찜질을 했어요. 그렇게 해서 옛날엔 피부병이나 산후병을 다스리곤 했어요.

 내가 신흥해수찜을 차린 것도 60년대예요. 그때는 5월 단오께 하고 7월 메밀꽃 필 때, 두 철밖에 못했어요. 바닷가에 웅덩이를 파고 당목으로 포장 치고 거적때기를 얹어 노천에서 찜질을 했으니, 너무 춥거나 뙤약볕 아래에선 못하잖아요. 여기는 바다가 얕아서 해녀는 없고 농사짓는 노인들이 휴농기에 신경통을 풀겠다고 많이 왔어요.

 70년대 들어 지금처럼 시설을 갖췄어요. 손님이 온다 하면 유황돌을 장작불에 달궈서 실내 욕조에 갖다 넣었어요. 여기서 전남 영광까지 땅속에 유황돌이 매장되어 있거든요. 호스로 길어 올린 해수를 욕조에 넣은 다음 약초랑 쑥을 채운 망태기를 담그고 멍석을 깔아요. 김이 차면 욕조 가에 앉아서 호흡도 하고 해수를 적신 수건으로 무릎이나 아픈 데를 마사지하면 됩니다. 그렇게 40~50분 있다 보면 물이 식어서 욕조에 사람이 들어갈 만하게 돼요. 처음에는 물이 80도 정도 돼 뜨거워서 화상을 입으니까, 식은 다음에 들어가야 돼요. 더운 데 오래 있으면 어지럼증이 나니까 바깥 공기를 10분에 한 번씩 쐬는 게 좋고요. 찜질 끝나고 샤워 안 해도 피부가 보송보송해요.

해수찜 욕탕에는 은근한 바다 냄새가 배어 있다.

 해수찜을 하고서 아프다는 손님이 있어요. 하지만 걱정할 거 없어요. 속에서 안 좋은 기운이 빠져나오려고 그러는 거니까. 내가 어디가 안 좋은지 알고 돌보면 되지요.

 여기 돌머리 해수욕장 일대에 해수찜은 우리 집하고 주포해수찜 정도예요. 한 번 들른 손님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계속 찾아오지요. 와서 허망하게 몸이 낫는 사람이 더러 있으니까. 요새는 피부가 좋아진다고 해서 젊은 손님도 늘었어요. 그러니 시설 좋은 서울 찜질방 제치고 여태까지 이 장사를 해먹고 있지요. 허허.

● 이용정보 신흥해수찜은 전남 함평 돌머리 해수욕장에 위치해 있다. 3인 이하 이용료 3만원, 찜질복과 수건은 무료로 제공된다. 찜질 미끄럼 방지를 위해 양말이나 슬리퍼는 착용 금지다. 음료수와 간단한 주전부리를 판매하며, 조기백반(1인분 6000원)도 주문 가능하다. 별도 숙박비 없이 찜질 이용료를 두 배로 내면 1박이 가능하다. 겨울철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061-322-9900.

갓 끓인 바닷물을 수건에 적셔 한시간쯤 찜질을 하고 나면 발을 담가도 될 만한 온도가 된다. 물이
더 식으면 반신욕도 가능하다.

횡성 숯가마  참숯향 감도는 고온 무균 숯가마 찜질

횡성에서 숯 공장장을 하는 서정원(40)입니다. 대를 이어 숯가마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기 강원참숯가마 회장님(최흥원)과 저희 아버지(서석구)가 1939년생 동갑이거든요. 두 분이 젊었을 적에 각각 목상(木商)과 ‘숯쟁이’로 만나 함께 참숯공장을 열었어요. 숯가마 하나로 시작해 지금은 숯가마가 38개나 돼요. 저도 아버지를 따라 숯쟁이가 되었고요. 98년 찜질방 문화가 유행하던 즈음 아예 강원참숯가마 찜질방을 열게 됐습니다.

 

가마에서 숯을 만들려면 5~6일이 걸려요. 참나무를 가마 안에 차곡차곡 쌓고 일주일 가까이 불을 넣습니다. 그리고 7일째 되는 날 1400도까지 달궈졌던 가마 입구를 헐어 숯을 꺼냅니다. 숯을 거둬낸 가마 안에는 은은한 스모크 향만 감돌지요. 바로 그날 가마 안에 사람이 들어가 찜질을 합니다. 숯가마에서 찜질을 할 수 있는 건 이날 하루뿐이지요. 가마가 완전히 식으면 다시 참나무를 쌓아야 하니까요.

 

숯가마에서 나와 시원한 바람을 맞노라면 가슴속까지 상쾌해진다.

숯가마가 사람을 받는 날, 오전 9시 가마 온도는 보통 150도에서 300도 정도 됩니다. 이때 찜질 효과가 가장 좋다고 해서 숯가마 단골은 주로 아침나절에 찾아옵니다. 가마를 수도 없이 들락거리며 땀을 빼다 보면 열침을 맞은 듯이 아픈 부위가 따끔거리고 붉어집니다. 어혈이 풀어지는 신호라지요.

 오후 대여섯 시가 돼도 우리 가마 온도는 70~80도에 머무릅니다. 숯가마에서는 땀을 흘려도 끈적거림이나 냄새가 없습니다. 샤워 시설을 갖추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래도 샤워를 하고 싶다면 가마에서 나와 남자는 2시간 뒤, 여자는 4시간 뒤에 가볍게 씻기를 권합니다.

● 이용정보 강원참숯가마는 강원도 횡성 갑천면의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가마를 평일 하루 두세 개, 주말 하루 네댓 개 연다. 입장료 5000원, 찜질복·수건 대여료 각 1인 2000원. 숯가마 바닥이 뜨거우니 양말은 필수다. 겨울철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5시30분. 토요일은 오후 6시~10시 야간에도 개장한다. 식당·정육점·미니콘도 등 부대시설도 갖췄다. 삽에 올린 삼겹살을 1400도 숯가마에 살짝 넣었다 빼서 굽는 ‘3초 삼겹살’은 아쉽지만 숯장인의 전유물이 됐다. 일반인은 삼겹살을 1㎏ 이상 구매하면 시식코너에서 참숯불에 구워먹을 수 있다. 고기값 포함해 4인 식사비용 6만원 정도. 033-342-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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