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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14㎞ 벤틀리, 바람을 가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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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벤틀리 신형 컨티넨탈 GTC가 지난해 12월 20일 일본 도쿄 캐피톨 도큐 호텔에서 선보였다.
벤틀리 아태지역
홍보총괄 로빈 필.

지난해 12월 20일 일본 도쿄의 캐피톨 도큐 호텔에서 벤틀리 신형 컨티넨탈 GTC가 베일을 벗었다. 눈매엔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을 둘렀고, 격자무늬 그릴은 수직에 가깝게 세웠다. 테일램프는 더 넓적해졌다. 코브라 모양을 본 뜬 앞좌석은 목덜미에 더운 바람 뿜는 기능도 담았다. 엔진은 W12 6.0L로 변함없다. 그런데 출력이 575마력으로 15마력 세졌고, 토크는 71.3㎏·m로 8% 늘었다. 기어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도 반으로 줄였다. 급가속 때 두 단 성큼 내려 무는 기능도 챙겼다. 사륜구동이 기본인데, 앞뒤 구동력 배분을 이전의 50:50에서 40:60으로 바꿨다. ‘재미’를 위해서다. 좌우 바퀴 사이는 더 벌렸다. 승차감과 핸들링도 개선했다. 컨티넨탈 GTC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컨버터블이다. 차체를 1도 비틀려면 2294㎏·m의 토크가 필요하다. 이 차의 성능을 엿볼 상징적 수치는 ‘10.9초’다. 시속 100이 아닌, 16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소위 시속 100㎞에 도달하는 ‘제로백’을 4.8초 만에 끊는다. 벤틀리는 가속만큼 최고 속도에 집착하는 브랜드다. 신형 GTC의 경우 시속 314㎞까지 인정사정없이 내뺀다.

이번 행사에서는 ‘깜짝쇼’가 있었다. 이달 초 북미모터쇼에서 공식 데뷔한 컨티넨탈 GT V8을 한 발 앞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것. 이 차는 아우디와 공동 개발한 V8 4.0L 직분사 트윈터보 엔진을 품었다. 성능은 ‘제로백’ 5초 이하, 최고시속 290㎞ 이상이다. 컨티넨탈 GT V8은 새빨간 엠블럼과 시커먼 그릴, 네 가닥 머플러로 외모를 차별화했다. 한국 판매가격도 공개됐다. GT V8은 2억4300만원, GTC V8은 2억6800만원이다.

1924년형 벤틀리 3L.

행사가 끝난 뒤 이 호텔 29층으로 이동해 벤틀리 아태지역 홍보총괄 로빈 필을 만났다. 그는 V8에 거는 기대가 컸다. “GT V8은 포르셰와 마세라티, 메르세데스-AMG와 경쟁할 거예요. 자신 있어요. 동급 V8보다 마력과 토크가 높거든요. 비슷한 성능의 라이벌보다 편안하고요. V8을 계기로 트랙행사 등을 늘려 고객에게 다가설 겁니다. ‘벤틀리는 쭉 뻗은 길에서 펑펑 쏘는 차’란 오해도 풀어야 하고요. 실은 굽잇길 운전이 굉장히 즐거운 차거든요.”

다음날 아침 호텔 앞에 벤틀리 뮬산과 컨티넨탈 GT, 컨티넨탈 플라잉스퍼 스피드가 도열했다. 벤틀리의 꼭짓점, 뮬산의 운전대부터 쥐었다. 고래 같은 덩치는 까맣게 잊었다. V8 6.75L 트윈터보 512마력 엔진은 툭 건들기만 하면 힘을 콸콸 쏟아냈다. 뮬산에 몸을 숨긴 채 제왕처럼 으쓱대며 도쿄를 벗어났다. 이날 목적지는 도쿄 외곽의 한 호텔이었다.

그곳에서는 과거의 벤틀리가 시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1924년형 3L는 들소처럼 거칠었다. 1954년형 R-타입 컨티넨털은 요즘 차 뺨치게 편안하고 아늑했다. 그동안 벤틀리를 몰 때마다 강력하되 부드럽고, 묵직하되 경쾌한 이율배반적 성격의 배경이 궁금했다. 이제 깨닫게 됐다. 아득한 과거 극과 극을 이뤘던 두 유전자가 사이좋게 녹아든 결과였다.

도쿄=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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