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에 ‘울지마 톤즈’ 이태석 의대병원 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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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수단의 톤즈에서 헌신적인 봉사의 삶을 살았던 고 이태석 신부. [중앙포토]

‘쫄리 신부’는 이제 세상에 없다. 그러나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라는 그의 뜻은 남았다. 그리고 그가 하늘나라로 간 뒤 더 커졌다. ‘쫄리 병원’을 통해서다. 쫄리는 아프리카 남수단의 황무지 톤즈 주민이 고 이태석(1962~2010) 신부를 부르는 호칭이다. 이 신부의 세례명은 존 리(John Lee)다.

 기획재정부는 30일 남수단의 수도 주바에 이태석 기념 의과대학병원(John Lee Memorial Hospital & Medical School)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남수단 최초의 현대식 종합병원이자 의과 대학이다. 의과대병원 건립을 위한 재원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마련한다. EDCF는 개발도상국 경제·산업발전 지원을 위한 장기 저리 차관이다. 대외경제협력 촉진을 위해 1987년 우리 정부가 설치해 수출입은행이 관리·운용하고 있다.

존 리 병원은 연말께 착공할 예정이다. 의대 교육 프로그램 지원, 병원 운영 자문 등은 보건복지부가 맡는다. 성금을 모금해 생전에 이 신부가 머물렀던 톤즈 인근 한센인 마을에 학교와 보건소를 세우는 것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한국 봉사단을 파견할 계획이며, 재원은 ‘이태석 사랑 나눔 기금’이란 이름의 국민성금을 통해 조성된다. 국민성금으로 마련된 기금의 모든 기부 및 사용 내역은 홈페이지(www.smiletonj.org)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된다.

 존 리 병원의 주춧돌은 2010년 1월 마흔여덟의 나이에 대장암으로 선종한 이 신부가 놓았다. 그는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후 200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사제가 된 그는 스스로 내전 중이던 남수단의 톤즈로 갔다. 톤즈에서 그는 성직자이자, 의사였으며, 교육자였고, 건축가였다. 손수 벽돌을 구워 12개의 간이 병실을 갖춘 병원을 지었다. 말라리아·콜레라와 맞섰고, 한센인 치료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성당보다 학교를 먼저 지었다.

 그가 숨진 후 2010년 4월 추모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가 제작됐고, 그의 뜻은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로 퍼졌다. 지난해 말 교황청에서도 이 다큐멘터리가 상영돼 감동을 줬다. 이 신부가 소속됐던 살레시오수도회 측은 그의 모범적인 삶을 스페인어 등 다른 언어로도 번역해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허장 재정부 개발협력과장은 “앞으로 교황청, 해외 자선단체와 협력해 남수단 지원을 세계적 프로젝트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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