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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읽는다] 중국은 과연 민주화 될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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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민주주의 (공산당의 당내민주 연구)』
조영남, 안치영, 구자선 저
나남, 239p, 12,000원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동자 계급이 지도하고 노동자-농민동맹을 기초로 하는 인민민주독재(人民民主專政)의 사회주의 국가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의 헌법 제1조의 규정이다. 민주를 이야기 하지만 인민민주이고, 뒤에는 독재가 덧붙는 민주다.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와 중국이 추구하는 민주는 다르다. 민주와 독재가 공존하는 방식이다. 즉, 중국을 영도하는 공산당은 민주집중제를 신봉한다. 이는 개인은 조직에, 하급조직은 상급조직에, 소수는 다수에, 전 조직과 당원은 당 중앙에 복종한다는 의미다.

21세기 들어 중국공산당이 당내민주 개혁에 적극적이다. “당내민주는 당의 생명으로, 인민민주에 중요한 모범 역할을 하고 인민민주를 견인하는 제도”라고 지난 2002년 16차 당대회 ‘정치보고’에서 규정했을 정도다.

왜 중국이 민주, 그것도 당내민주에 열심일까? 중국공산당 전문가인 조영남, 안치영, 구자선의 신간 『중국의 민주주의-공산당의 당내민주 연구』에 그 이유와 경과, 성과와 한계, 그리고 한국에 대한 함의가 나와있다. 필자들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의 당내민주 추진 이유는 업적정당성으로 유지되던 공산당의 통치정당성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마오쩌둥 시대의 개인우상화, 덩샤오핑 시대의 원로정치에 비하면 중국의 당내민주는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쓰촨성 핑창(平常)현의 사례는 공산당 당내민주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에서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당서기 류첸샹은 ‘정치혁신’을 통한 승진이라는 경력관리 전략으로 당내민주를 추진했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제적’ 방식으로 선거개혁을 주도하던 당 지도부가 교체되자 개혁의 동력은 빠르게 사라졌고, 그 동안 추진되던 당내민주도 사라졌다. ‘사람이 사라지면 정책도 중단되는 비극’이다.

민주집중제와 ‘당 간부관리’를 공산당 영도를 실현하는 원칙으로 삼는 한 당내민주는 구두선에 불과하고 ‘선제적 기만전술’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책의 평가다. 구조적으로 중국의 당내민주는 제대로 실현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그것이 최대한도로 추진되더라도 중국의 정치 민주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단 당내민주는 공산당의 일당집권에 도움을 줄 것이므로 계속 추진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공산당의 당내민주가 한국에 주는 함의는 뭘까? 한국 정당들의 특색인 고질적인 선거정당, 보스정당, 지역정당, 동원정당을 개혁하는데 중국공산당이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까? 필자는 공산당이 유일한 집정당인 당국가체제의 중국공산당은 우리네 정당개혁에 시사점을 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중국공산당의 당내민주 개혁은 한국에게 공산당 집권의 안정성, 공산당 정책의 지속성을 시사하면서 이와 동시에 공산당 통치 정당성의 불완전성을 보여준다. 제18차 당대회가 열리는 올해 특히 중국의 정치개혁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끝으로 중국의 유명 블로거 한한(韓寒)의 최근 글을 인용한다. 중국의 민주화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글이라 여겨서다. 그는 지난해 말 혁명, 민주, 자유에 대한 3부작 글을 게재하면서 뉴스의 초점으로 다시 떠올랐다. 그 중 자문자답 형식으로 쓰여진 ‘혁명을 말하다(談革命)’라는 글 중에서 ‘중국에는 민주와 자유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부분이다.

“이는 오해다. 교양인은 보편적으로 민주와 자유를 함께 연계시킨다. 사실 중국인에게 민주가 가져오는 결과는 종종 부자유다. 대부분 중국인의 눈에 비치는 자유는 출판, 뉴스, 문예, 언론, 선거, 정치와 관계가 없다. 공중도덕 상의 자유다. 예를 들어 사회와 관계가 없는 사람은 자유롭게 소란을 피우고, 자유롭게 무단횡단하고, 자유롭게 가래를 뱉는다. 사회와 관계가 조금 있는 사람은 자유롭게 규정을 위반하고, 자유롭게 각종 법률법규의 허점을 뚫고, 자유롭게 못된 짓을 한다. 따라서 좋은 민주는 반드시 사회의 진보를 가져오고, 법제를 더욱 늘인다. 이는 대부분의 교양이 없고 자유로운 수준이 안되는 사람들에게 부자유로 느껴진다. 이는 많은 중국인들이 유럽과 미국의 선진국가에 가면 행동이 불편한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민주와 자유가 함께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내 생각에 중국인은 자유에 대해 자기만의 독특한 정의가 있다. 중국에서 자유는 전염성이 전혀 없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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