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문학 사이트들 폐쇄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터넷상에 시와 시인에 관한 정보를 올려 온 시문학 사이트들이 저작권 문제로 폐쇄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업체인 다음(http://www.daum.net), 심마니(http://www.simmani.com), 홈피(http://www.homepy.com) 등과 시문학 관련 개인 홈페이지에 보낸 공문을 통해 "귀사 인터넷 사이트 칼럼에 당 협회 회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무단복제되어 사용되고 있다"며 해당 시들의 삭제를 요구했다.

특히 이번 조치에는 1995년 처음 개설돼 하루평균 이용자 3천∼4천명으로 국내의 대표적인 시전문 사이트로 자리매김한 시인의 마을(http://www.simaro.org)과 2만6천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시가있는 아침(http://column.daum.net/world72)이 포함돼 있다.

저작권협회가 문제 삼은 사이트는 '신기루의 하루보기'(http://cafe.daum.net/ilovefantasy), '아침의 상쾌함처럼 맑은 글과 함께'(http://cafe.daum.net/sunshinemorning)와 심마니의 '아름다운 시로 사랑만들기', 홈피의 '러브메이커'(http://lovemaker.homepy.com) 등이다.

이에 대해 '시인의 마을' 운영자인 김원주(32)
씨는 "시인들의 지적 재산을 침해함을 고려하지 못했다. 저작권 침해에 관한 서한을 받고 '시가 있는 마을'을 잠정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며 서비스 중단의사를 표명했다.

김씨는 "5년동안이나 개인적 시간과 비용을 들여 사이트를 운영했다. 처음 시를 접하는 이들에게 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보람을 느꼈는데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의 조성열 사무국장(38)
은 15일 "그동안 저작권 문제가 있음에도 비영리인 점을 고려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나, 최근 관련사이트가 급증해 제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며 제재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영리사업도 아닌 시동호인들의 홈페이지에 저작권협회가 너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빗발치고 있다.

지난 7일 '시가 있는 아침'이 폐쇄요구를 받은 사실을 알리자 네티즌들이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http://www.copyrightkorea.or.kr)의 홈페이지에 항의 메일과 글을 일제히 올렸고, 협회측은 18일 현재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고 있다.

'시가 있는 아침'의 운영자인 오상헌(29)
씨는 "개별적으로 시인들과 접촉해 사이트 운영을 계속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시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한 일인데 갑작스레 범법자로 몰리는 것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 사이트의 회원인 안종원씨는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시가 있는 아침은 시와 시를 사랑하는 팬들이 모인 시의 강줄기다. 이런 이들이 더 많아져야 시문학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며 협회의 조치를 비난했다.

Joins 손창원 기자 <pendori@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