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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AIDS 예방 위해 또래지킴이 3만 명 활동 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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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아(A), 이제(I) 다(D) 살았다(S)’에서 ‘아(A), 이제(I) 다시(D) 시작이구나(S)’로 점차 바뀌어야 할 때죠.”

 20일 한국에이즈퇴치연맹 회장에 취임한 김진호(61·사진)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 한국법인 대표이사. 그는 에이즈(AIDS)의 영문 이니셜을 한국어로 풀이하면서 취임 소감을 시작했다. 에이즈가 발견된 지 31년이 지났지만 에이즈에 대한 국내 인식은 걸음마 수준인 점을 빗대어 한 얘기다. 김 회장에게 국내 에이즈 현황과 예방·대책을 들었다.

-국내 에이즈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인가.

 “여전히 에이즈를 ‘죽을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질병관리본부와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2010년 에이즈 인식 조사’를 했더니 에이즈도 치료하면 장기간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70%가 채 안 됐다. 국민 3명 중 1명은 여전히 에이즈는 불치병이라는 공포를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심하다. 에이즈 감염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나고 가족에게 버림받았다고 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

 -에이즈에 감염되면 생존율이 어느 정도인가.

 “현재 에이즈 치료제가 30여 가지나 개발됐다. 바이러스(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10~12년 뒤 거의 사망한다. 하지만 당뇨병처럼 치료를 받으면 20~30년 생존도 가능한 만성질환이 됐다. 에이즈 확진 후 20년 생존율은 35%, 10년 이상 생존율은 61%에 달한다. 암 생존율(60%)보다 높다. 현재 국내 에이즈 감염인 7656명 중 82%인 6292명이 생존하고 있다.”

 -청소년 에이즈 감염이 늘고 있다던데.

 “2010년 국내에서 신규로 발견된 에이즈 감염인 773명 중 10대 청소년이 29명이다. 3.6%에 이른다. 대부분 성접촉으로 감염됐다. 에이즈에 대한 공포는 있지만 올바른 성생활 방법과 예방, 치료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 생긴 일이다.”

 -청소년 에이즈 감염을 예방하려면.

 “청소년은 또래가 교사고, 상담자이며 친구다. 이 때문에 연맹 측에서는 또래지킴이라는 프로그램을 전국 34개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보건교사가 연맹 측에 또래지킴이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1년간 무료로 1개월에 1~2회씩 에이즈 예방교육을 한다. 교육받은 학생은 친구에게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해주고 상담을 한다. 중학생은 ‘또래지킴이’, 고등학생은 ‘청홍사(청소년에이즈홍보대사)’, 대학생은 ‘청예사(청소년에이즈예방사)’로 불린다. 여기서 활동했던 학생이 대학생이 되면 청예사가 돼 중·고교에서 교육을 한다. 현재 3만 명가량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서라벌중학교, 정신여자고등학교가 잘 운영하고 있다.”

 -남들에게 알려질까 봐 에이즈 검진을 피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에서도 매년 700~800명 정도 에이즈 감염인이 나오지만 남들에게 알려질까 봐 검사를 피한다. 보건소에서 익명으로 검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홈페이지(www.hivcheck.co.kr)에서 보건소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보통 3~7일 이내에 검사 결과가 나오고, 전화로도 확인할 수 있다. 동성애자를 위한 상담검진소도 서울과 부산에 있다. 불법 체류자라도 무료검사가 가능하다. 연맹 측에서는 1인당 100만원의 치료비를 지원한다. 에이즈는 치료만큼이나 예방이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

 장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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