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피플] '엽기' 유행시킨 안동헌 유티넬 PD

중앙일보

입력

딴지일보 수석논설위원, 엽기연구소장, 유니텔 화장실개혁위원장….

유니텔 엔터테인먼트팀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를 기획, 운영하는 안동헌(32)PD의 직함은 4~5개가 넘는다. 하지만 '유니텔 직원' 을 뺀 나머지 직함들은 예사롭지 않다.

安씨는 한국전력에서 4년여 동안 연료구매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 3월 '딴지일보 수석논설위원' 이라는 직함 하나로 3백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유니텔에 입사했다.

"대학 졸업(한양대 경영학과)후 2년여 동안 고시공부를 했지만 실패를 거듭해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한전에 입사했지요. 그러나 일을 할 때마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安씨가 '사이버 세상' 과 연(緣)을 맺게 된 것은 한전에 입사하기 직전인 1995년말. 이때부터 틈틈이 PC통신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그는 네티즌의 호응을 얻으며 '사이버 논객' 으로 자리잡는다.

특히 '엽기' '똥침' 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 그는 이때 인터넷 패러디 신문인 딴지일보의 발행인 김어준씨를 만나 서로가 '논객' 임을 확인하게 된다.

"PC통신에서 김어준씨를 알았습니다. 그가 98년 딴지일보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신문의 내용이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과 비슷해 '같이 활동하자' 는 e-메일을 보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딴지일보에서 온 답장은 '엽기철학의 대가 안동헌님 아니십니까. 당장 논설위원으로 위촉할 테니 연락처를 알려주십시오.' 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安씨는 딴지일보 수석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것도 '엽기수석' 이다.

"PC통신에서 엽기라는 말을 쓴 것은 일상의 부조리를 엽기라는 말로 비아냥거리기 위해서였지요. 하지만 요즘엔 엽기라는 말이 너무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유니텔에서 운영하는 '패러디 공간(go parody)' 에 네티즌이 정상적인 글을 올리면 삭제한다는 安씨는 "엄숙한 논조보다는 신랄한 풍자를 통해 사회를 비판하는 게 더욱 즐겁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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