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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공개 비판한 형 정남 … 북한, 전에 못 본 변화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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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앤마리 슬로터 미 프린스턴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 활짝 웃고 있다. [워싱턴=이자은 기자]

“생각했던 것보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체제 전환이 신속하고 매끄럽게 전개되고 있어 흥미롭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앤마리 슬로터(53·국제정치학)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의 북한 정세를 이렇게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2년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그는 “북한이 올해 식량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세한 개방의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슬로터 교수를 뉴저지주의 프린스턴대 교수연구실에서 만나 한반도 문제 등에 관해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정은의 북한 체제가 안착할 것으로 보는가.

 “김정은은 아주 어리다. 경험도 미숙하다. 고모(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와 고모부(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가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에 못 보던 일도 일어나고 있다. 큰아들(김정남)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게 대표적이다.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버마(미얀마)가 본보기다. 네트워크 시대에 고립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마도 우리는 (북한의) 변화가 시작되는 걸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정은이 도발할 가능성은.

 “그럴 개연성은 항상 있다. 김정은은 자신이 후계자임을 분명하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미국과 한국, 중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넘어선 안 될 선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 만약 도발을 한다면 한국은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북한을 상대로 한 대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보나.

 “나는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대화를 원한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 김정일이 사망하기 직전 미국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려고 했었다. 김정은의 북한이 어떤 성격인지를 알기 전까지 모든 옵션을 대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신국방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실 후보 시절에 이미 공약했던 내용들이다. 중동보다 아시아를 더 중시하겠다는 내용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시간을 투자하는 동안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더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국방정책과 관련해 주한미군이 감축된다는 분석도 있다.

 “주한미군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아시아 전체의 안정에 기여하는 역할도 크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군비가 감축되더라도 주한미군의 위상에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시하는 정책 발표에 대해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의 반응이 오히려 놀랍다. 중국은 냉전적 사고로 보는 것 같다. 아태지역을 중요시하는 건 중국·한국·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남아시아가 거대한 경제 엔진이 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인데….”

 -G2시대에 바람직한 미·중 관계는.

 “우선 G2란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의 힘을 인정하지만 경제력만 따져도 세계에서 가장 큰 게 유럽연합(EU)이다. 다음이 미국, 그리고 중국이다. 미국과 중국이 다른 나라들의 문제를 결정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지금 (G2 같은)시스템이 가능하지 않은 세기에 살고 있다.”

 -중국을 과거 미·소 냉전시대의 소련보다 더 강한 라이벌이라고 보는가.

 “소련과는 다르다. 미국과 소련은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적이었다. 지금 우리는 중국과 많은 걸 협조하고 있다. 국제 해적에 대한 대응,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에서 협력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앤마리 슬로터(Anne-Marie Slaughter)=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9년부터 2011년 2월까지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맡으면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도왔다. 미국에서 여성이 중·장기 외교전략을 총괄하는 정책기획실장을 맡은 건 처음이다. 현재 프린스턴대에서 국제정치학을 강의하고 있 다.

슬로터 전 미 국무부 실장이 본 김정일 사후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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