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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울대 공대 수업료는 40만원, 기성회비는 28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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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공립대가 기성회비를 걷는 것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국·공립대에만 유지돼 온 기성회비 제도는 전면 수술이 불가피하게 됐다. 기성회비는 1963년 ‘대학, 고·중학교 기성회 준칙’에 따라 학교 시설 확충에 사용하도록 마련됐다. 2010년 전국 40개 국·공립대 등록금 수입 1조5660억원 중 기성회비는 1조3253억원으로 84.6%에 달했다. 지난해 서울대 공대 학생의 등록금 고지서에서 수업료는 40만4000원이었지만 기성회비는 무려 280만원이나 됐다.

 문제는 기성회비 징수와 관리가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수업료와 기타 납부금의 징수는 교과부령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기성회비는 징수 근거와 사용처를 직접 규정한 항목이 없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은 대학 내규인 기성회 규약으로 기성회비를 징수해 왔다.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릴 때 수업료는 소폭 인상하는 대신 기성회비는 많이 올리는 방식을 써 기성회비를 등록금 인상도구로 삼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실제 2003~2010년간 입학금 및 수업료 연평균 인상률은 4.9%에 그쳤지만 기성회비 인상률은 9.5%나 된다.

 기성회비를 징수 목적과 다르게 직원 급여로 지급한 사례도 많았다. 지난해 교과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국 40개 국립대는 2002∼2010년 기성회 회계에서 2조8172억원을 빼내 교직원에게 급여 보조성 인건비로 추가 지급했다. 학교별로는 서울대 4308억원, 부산대 265억원, 경북대 21억원, 전남대 1644억원, 강원대 1469억원 등이었다. 이 돈이 기성회 회계의 세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서울대 27%, 충북대 24.8%, 경북대 23%, 부산대 22.7%, 강원대 22.5% 등으로 전체 평균은 21.3%였다.

 국·공립대 6곳은 교직원에게 연평균 1479억원(기성회비의 30%)의 급여 보조성 인건비를 기성회비로 지급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민권익위원회는 2008년 기성회비로 인건비를 충당하지 말 것을 교육 당국에 권고한 바 있다.

 또 교육과학기술부가 2010년 40개 국·공립대 예산을 파악한 결과 14개 대학에서 기성회비 중 57억여원을 교직원 인건비 인상에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지난 26일 발표한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서 장기적으로 기성회비를 폐지해 수업료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교과부 김홍구 대학재정총괄팀장은 “국회에 제출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이 통과되면 기성회비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상·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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