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캬라멜·픽시 … 아이돌 ‘유닛’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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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성숙한 매력의 7인조 걸그룹 레인보우에서 탄생한 ‘미래요정’ 컨셉트의 3인조 유닛 레인보우 픽시. 왼쪽부터 김지숙·오승아·조현영.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가요계 유닛(조별 활동) 바람이 뜨겁다. 최근 7인조 걸그룹 레인보우의 세 멤버 오승아·김지숙·조현영으로 구성된 유닛 ‘레인보우 픽시’가 ‘호이호이(Hoi Hoi)’로 활동을 시작했다. ‘픽시’는 장난꾸러기 요정이라는 뜻. 요술봉을 들고 무대에 오르고,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비행하는 동작을 응용한 안무도 선보인다. 기존의 성숙하고 여성미를 내세운 레인보우와 철저하게 차별화된 이미지다. 최근 활동을 종료한 혼성 퍼포먼스 그룹 트러블메이커(포미닛 현아·비스트 현승 2인조)는 팀명과 같은 제목의 ‘트러블메이커’로 각종 음악 차트의 1위에 올랐다. 이들의 성공에 고무된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다른 멤버들의 다양한 유닛 활동도 고려 중이다.

 유닛이 원래 그룹의 인기를 뛰어 넘어 ‘형보다 나은 아우’가 나오는 사례도 있다. 오렌지캬라멜이 대표적이다. 8인조 애프터스쿨의 막내 나나·레이나·리지로 구성된 이 그룹은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의상과 무대로 ‘마법소녀’ ‘아잉’ ‘샹하이로맨스’를 잇따라 히트시켰다.

 가요계에 유닛 시스템을 처음 시도한 건 13인조 슈퍼주니어다. 2005년 데뷔 초부터 ‘따로 또 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4개의 유닛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품가치의 지속적 재창조=기획사들은 “유닛 활동으로 기존 그룹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개별 멤버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트러블메이커. 현아(왼쪽·포미닛)와 현승(비스트).

 인지도가 낮은 멤버의 얼굴 알리기 효과도 있다. 3~5명으로 주로 구성됐던 1990년대 아이돌과 달리 최근 아이돌 그룹은 7~8명도 많다. 자연히 맡은 파트가 줄고 대중의 관심도 쪼개져 덜 부각되는 멤버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멤버들도 유닛 활동을 원한다고 한 소속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예컨대 애프터스쿨에선 가희와 유이가 잘 알려져 있었으나 오렌지캬라멜 활동 이후 나나·레이나·리지의 인지도기 크게 뛰었다. 유닛의 인기는 다시 원 그룹의 인기로 이어져 시너지를 낸다. 지난해 봄까지 4인조 씨스타는 경쾌한 노래를 하는 많은 걸그룹 중 하나였지만, 효린·보라 두 멤버로 구성된 유닛 ‘씨스타19’의 큰 성공 이후 원 그룹의 인기 또한 급상승 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아이돌은 일종의 상품이고 멤버 개개인이 엔터테인먼트 풀(POOL)이다. 아이돌 그룹 안에서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내면서 고정된 이미지에 변신을 줄 수 있고, 상품 가치의 지속적인 재창조가 가능하다. 아이돌 산업에 노하우가 쌓이면서 마케팅이 다변화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유닛(unit) 활동=가요계에서 그룹의 일부 멤버를 새로운 컨셉트로 재편성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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