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폭설뒤 사라진 남편, 도로에 남긴 글 감동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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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다음 카페 '여성시대']

설 연휴 마지막 날, 서울에 기습 폭설이 내렸다. 늦은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불과 2시간여 만에 2.8cm나 쌓였다. 귀경길 정체도 심각했지만, 시민들은 연휴 다음 날 출근길을 걱정했다. 달콤한 설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면 겪게 되는 연휴 후유증에 폭설로 인한 출근 대란까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빙판길 위에서 종종걸음을 쳐보지만 의도치 않게 ‘꽈당남’, ‘꽈당녀’가 될 수 있을 터. ‘내 집 앞 눈 쓸기’ 조례가 제정돼 과태료를 물리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모두가 출근길을 걱정하고 있을 때, 25일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날도 채 밝지 않은 새벽 가로등불이 길을 비추고 있다. 도로에는 차들도 다니지 않아 쌓인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엔 선명한 빗질 자국이 남아 있고, 눈은 말끔히 치워져 있다. 의문을 가지게 되는 순간, 눈 위에 남겨진 메시지가 눈에 띈다.

‘지호, 은호 엄마! 정류장까지 눈길을 쓸어놨으니 출근 잘해!’

아내가 출근길에 미끄러질까봐 새벽부터 눈을 치웠을 남편의 따뜻한 마음이 아름답다. 네티즌들은 “내 이름이 진호고 내 동생 이름이 은호인데 왜 이리 다를까”, “멋진 형님이시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며 사진 속 주인공에 대한 감탄과 부러움을 보였다. 사진을 올린 네티즌은 “아침 8시에 확인해 보니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메시지를 피해 걸어 다니고 있었다”라는 글을 남겨 남편의 깜짝 이벤트에 시민들도 함께 동참하고 감동했음을 전했다.

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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