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벤처기업의 영광.좌절 담은 '한국벤처산업발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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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란 말에서 아직도 생소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지만 어느새 벤처산업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버팀목으로 성장했다. 김영사가 펴낸 ''한국벤처산업발전사''는 불모의 땅에서 풍요를 일궈낸 우리나라 벤처 기업가들의 땀과 열정의 기록이다.

벤처기업들이 경제 전면에 등장한 것이 불과 5년 남짓해 `역사''라는 말을 붙이기가 어색하지만 자동차산업 30년사나 섬유산업 100년사 못지 않게 벤처산업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가 많은 변화와 굴곡을 겪은 만큼 충분한 역사적 교훈을 던지고 있다.

벤처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꼽히는 메디슨의 이민화 대표와 매일경제신문 김명수 기자는 산증인들의 생생한 증언과 풍부한 자료를 토대로 벤처군단의 태동에서부터 벤처 붐 조성과 벤처 도입기, 시련과 벤처 인프라 구축기, 벤처 도약기와 벤처 붐 확산 등을 거쳐 21세기 벤처대국을 향한 발걸음에 이르기까지 한국벤처산업의 발자취와 현주소를 정리하고 미래상을 제시했다.

한국벤처산업발전사의 여명기는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1호 입학생이자 1호 박사인 이범천은 1981년 KAIST 교수 자리를 박차고 30대 초반의 나이로 큐닉스 컴퓨터를 세웠다. 우리나라 벤처의 효시인 셈이다.

이와 함께 이 책을 쓴 메디슨의 이민화, 비트 컴퓨터의 조현정, 다우기술의 김익래, 미래산업의 정문술, YG-1의 송호근 등이 한국벤처의 1세대를 이루고 있다. 2세대로는 한글과 컴퓨터의 이찬진, 나눔기술의 장영승, 나모인터랙티브의 박흥호, 로커스의 김형순, 어필텔레콤의 이가형,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 새롬기술의 오상수, 아펙스의 김상호,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현재 한국 벤처업계를 선도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제3세대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IMF 세대''로 1997년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의 제정과 이듬해의 코스닥 시장 활황 바람을 타고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숱한 성공신화를 낳았다. 네띠앙, 네이버, 옥션, 인터파크, 제이텔, 인츠닷컴 등이 그 대표주자들이다.

1996년 말 창업투자회사가 투자한 벤처기업 수는 1천5백여개였으나 3년 만에 5천여개를 헤아리고 있고 오는 2005년에는 4만개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2005년에는 국내총생산(GDP)에서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3%에서 30%로 늘어나고 고용인원도 6배 이상 성장한 12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빛나는 신화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따라다녔다. 제1세대와 2세대 기업가운데 상당수가 `IMF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좌초했고 올해 들어 벤처 거품이 빠져나가면서 낙오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성공담 못지 않게 실패사례가 던지는 역사적 교훈을 강조하며 정책적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또한 본문 말미에는 벤처기업은 대기업과 적대적 관계다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이 기존 중소기업을 소외시킨다 벤처는 거품이다 벤처 기업들이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처럼 무리하게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벤처 기업가들이 졸부 행세를 한다는 등의 항간의 지적과 소문에 대해 반박과 해명을 시도하고 있다.

부록으로 벤처 관련법령 및 추진방안과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초대회장의 글모음을 덧붙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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