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매일 술 마신다 … ‘자뻑정신’ 이강훈과 180도 다른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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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의 이강훈은 나쁜 남자지만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신하균은 “무뚝뚝한 점은 이강훈과 비슷하다. 문제는 여자가 없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만약 드라마 ‘브레인’의 이강훈 선생을 인터뷰했다면 자신을 포장하려고 혈안인 사람과 한바탕 진실게임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최고”라는 ‘자뻑 정신’으로 무장한 엘리트 의사의 속내를 어찌 알겠는가.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하균(38)은 의사 가운을 벗으면서 이강훈이란 캐릭터도 함께 벗었다.

 그는 14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배우의 길을 미화하지 않았다. 급기야 “저는 매일 술을 마셔요”라고 말하는 무신경함 덕에 이 배우가 하는 말은 전부 믿고 싶어졌다. 그는 17일 종영된 드라마 ‘브레인’에서 실력은 최고지만 ‘빽’과 ‘줄’이 없어 좌절하고, 그래서 더 까칠하게 자신을 무장한 신경외과 전문의를 연기했다.

 -탤런트보다 영화배우로 익숙하다.

 “드라마를 안 하겠다고 고집한 적은 없다. 기회가 없었다. ‘브레인’은 이강훈이란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멋지고 카리스마만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지만 정작 자신이 치료를 받아야 할 불쌍한 인물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을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드라마 의사 캐릭터 중에 가장 까칠해 보인다.

 “눈을 계속 부라리고 있어서 상대 배우에게 늘 미안했다. (웃음) 드라마 초반엔 더 세고 과장되게 표현해야 나중에 나약한 모습이 나올 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걸음걸이, 딱딱한 글씨체, 휴대전화를 귀에 대지 않고 받는 버릇 등도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강훈과 신하균은 닮은 점이 있나.

 “180도 다른 인물이다. 나는 목표도 없고 계획도 없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다는 걸 잘 아니까. 무작정 기다리는 거다. 어떤 작품이 올지 모르겠고, 항상 불안하다. 그런 생활을 늘 견뎌내야 하는 삶이니까. 취미생활도 따로 없다. 술도 매일 마신다.”

 -목표가 없다는 말이 의외다.

 “사춘기 때 친구 따라 영화관에 갔다가 우연히 이쪽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캄캄한 공간에서 신세계가 펼쳐지는데 놀라운 거다. 막연하게 동경하다가 대학진학을 결정했다. 연기학원에 다닌 적도 없는데 실기시험에 붙었고, 특별히 오디션을 보러 다닌 것도 아닌데 장진 감독과 인연이 돼 영화에 출연했다. 영화가 잘 돼 시나리오가 쏟아질 때도 있었고 들어오던 게 10분의 1로 줄어 막연히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런 게 쌓이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균느님(신하균+하느님)’ ‘하균앓이’ ‘하균신’등 애칭이 많이 생겼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인터넷을 안 해서 잘 몰랐는데, ‘균모닝(굿모닝+신하균)’이 귀엽더라.”

 -이 드라마로 지난해 KBS 연기대상도 받았는데.

 “민망하다. 모니터를 하면 허점투성이다. 집에서 볼 땐 사실 제정신에 본 적이 없다. 맥주 마시면서 한숨 푹푹 쉬면서 본다. 과했던 부분, 모자랐던 부분만 보인다. 영화 시사회 땐 창피해서 몸을 최대한 움츠리게 된다.”

 -대중성보다 작품성에 치중해왔다. 대중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진 않나.

 “항상 가지고 있었다. 내가 선택하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들을 관객들도 좋아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맞더라.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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