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의 신문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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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씨는 “신문 스크랩을 하다 보면 업무에 영감을 받을 때가 많다”며 신문 읽기를 적극 권했다. [김경록 기자]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는 신문 열혈 구독자다. 매일 오전 5부의 신문을 정독한다. 보수와 진보 색채를 띤 신문과 경제 전문지까지 찾아 읽다 보니 구독하는 부수가 늘어났다. 외국에 나가 있거나 업무가 바빠 신문을 읽지 못할 경우에는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챙겨 읽는다.

서 교수의 신문 읽기 습관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됐다. 부모님 권유로 기사 모으기를 하면서 신문의 매력에 빠졌다. 지금까지 모아놓은 스크랩북이 100권을 훌쩍 넘는다. 이런 습관을 갖게 되면서 또래에 비해 시사 상식도 풍부해졌다. “신문 덕분에 상도 많이 받았어요. 초등 5학년 때 신문 특집기사로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가 게재돼 꼼꼼히 읽고 스크랩해 뒀는데, 마침 수업시간에 관련 내용이 나와 발표했더니 선생님도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서 교수의 신문 스크랩에 특별한 원칙은 없다. 마음이 가는 기사를 오리고 붙이는 게 전부다. 주제별로 구분해 두거나 기사 내용을 요약 정리하지도 않는다. “부담스럽지 않고 간편해야 오래 할 수 있잖아요. 저는 이렇게 오려 붙여두고 여러 번 다시 읽는 방식이 가장 편하더라고요.”

가수 김장훈, 디자이너 이상봉과 한국 알려

오랜 기간 신문 스크랩을 하면서 얻은 건 뭘까. “내가 지금 하는 일, 나의 현재 인맥,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계획 등 삶의 중요한 것들은 거의 신문을 통해 얻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국제면 기사를 좋아했어요. 특히 해외 토픽기사를 보면 조그만 사진 한 장으로 세계 곳곳의 일을 인상적으로 알려주잖아요. 나중에 우리나라를 알릴 때 이런 해외 토픽난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얻었죠.” 그는 자신의 스크랩북에 붙여둔 마라도나의 사진을 보여줬다. “이 사진을 스크랩한 이유는 마라도나가 입고 있는 티셔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티셔츠에는 쿠바의 혁명가인 체 게바라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 인물도 세계인이 입는 티셔츠에 얼굴을 그려넣어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스크랩한 것이라고.

서 교수는 한국 홍보 일을 돕는 든든한 조력자도 신문을 통해 찾아냈다. 가수 김장훈, 설치미술가 강익중, 의상디자이너 이상봉씨가 그 예다. 강씨의 경우 서 교수가 신문에 실린 그의 작품을 우연히 본 뒤 뉴욕까지 직접 찾아가 인연을 맺었다.

서 교수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것도 신문 덕분이다. 2008년 뉴욕 타임스에 게재한 ‘Do you know’라는 독도 관련 광고가 화제가 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뉴욕에 머물면서 신문을 챙겨보는 습관 때문에 뉴욕 타임스를 구독하고 있었어요. 그해 2월 22일 일본에서 다케시마 조례안이 통과되는 걸 보고 뉴욕 타임스에 광고를 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도 그때예요.” 그는 “신문 보는 습관이 없었다면 뉴욕 타임스를 활용할 아이디어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신문 꾸준히 보면 정치·경제 등 관심 없던 분야에도 눈길

서 교수는 청소년들에게 “신문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매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시기부터 세상 곳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되도록이면 종이 신문을 읽거나 종이 신문 형태로 편집된 형태의 기사를 읽는 게 좋다”고도 조언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기사를 읽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분야에만 편중된 정보를 받아들여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신문 스크랩도 권했다. “신문 지면에서 읽은 기사와 내가 직접 오리고 붙여놓은 스크랩북에서 읽은 기사가 주는 영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신문 속 기사는 단순히 ‘소식’이라면 스크랩해놓은 기사는 ‘내 것’ ‘내가 할 일’로 여겨진다는 말이다. 서 교수처럼 종이 신문을 오리고 붙여놓는 방법을 취할 필요는 없다. 그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스크랩을 하면 항상 휴대하고 다니면서 보기도 편해 유용할 것 같다”며 “기사를 활용하기 편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스크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문 스크랩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스크랩 결과물을 주변에 두고 항상 들춰보며 아이디어를 얻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신문을 “다양한 사고를 이끌어 내주는 매개체”라고 정의했다. “신문을 읽다 보면 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길러지는 것 같아요. 정치·경제·문화·스포츠 등 여러 분야의 소식이 총망라돼 있어 관심 없는 분야라도 한번씩 눈길을 주게 되잖아요. 풍성한 정보 속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틀린 게 아니라는 포용력과, 균형 잡히고 폭넓은 사고가 절로 형성된다고 봅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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