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다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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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ns.com 오현아 기자

성공한 여성을 그린 영화〈워킹 걸〉을 보면서 많은 여성들이 커리어 우먼에 대한 꿈을 품었을 것이다. 물론 그 이면의 추악함을 들추지 않는다면 말이다.

애나 존슨의〈우먼 이미지 메이킹〉(김희진 옮김, 북라인 펴냄)은 사랑과 섹스, 바디 이미지 가꾸기, 멋과 패션, 영적인 행복 등 성공한 커리어 우먼으로 우뚝서기 위해 필요한 항목을 요모조모 지적한 책이다. 한마디로 커리어 우먼을 위한 처세서다.

애나는〈인테리어 디자인〉의 예술 편집장을 거쳐 런던판〈엘르〉와〈보그〉등에 글을 기고하는 프리랜서 작가. 그러나 맨해튼의 햄버거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레스토랑 겉옷을 받아 주는 허드렛일을 한 적도 있다. 저자 스스로 힘든 시절을 견디고 일어선 커리어 우먼의 전형이다. 저자의 경험이 담겨 있는 만큼 내용이 솔직하다.

저자는 많은 여성이 잘못된 이상에 사로잡혀 뱃살을 걱정하고 완력한 로맨스를 꿈꾸면서 소중한 인생을 허비한다고 안타까워한다. 조각 같은 엉덩이, 좋은 직업 등 완벽한 이상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충고한다. 대신 그녀가 주문하는 것은 육체의 아름다움만큼 내면에도 충실하고 항상 자신에게 당당하라는 것.

직장 생활에서 커리어 우먼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능하고 꼼꼼한 것으로는 부족하다. 뻔뻔스러울 줄도 알아야 한고 연말 보고서뿐만 아니라 분위기 파악에도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와인처럼 섹스를 즐기되 사생활은 엄격하게 지키라는 충고도 빠뜨리지 않는다.

저자는 사랑을 하려면 알마 말러처럼 '미친 사랑'을 하라고 과감하게 외치기도 한다. 알마 말러는 '바우하우스의 리즈 테일러'로 악명이 높았지만 유명한 작곡가(구스타브 말러), 유명한 건축가(바우하우스의 설립자 월터 그로피우스), 유명한 시인(프란츠 베르펠) 등과 결혼한, 사랑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 저자는 알마의 발자취를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용기만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독한 사랑만큼 아름다운 게 어디 있냐고.

또 자신에게 맞는 의상ㆍ헤어 스타일로 멋을 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는 영적인 수련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술ㆍ음악ㆍ문학 등 예술을 항상 접하고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다 보면 자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

모든 여성이 오드리 햅번처럼 우아할 수도 없고 줄리아 로버츠처럼 섹시할 수도 없다. 또 애경그룹의 장영신 회장처럼 모두 성공한 CEO가 될 수도 없다. 다만 자신의 이미지를 가꾸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성공한 커리어 우먼으로 나아가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최소한 이 책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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