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유명한 엄마’ 아니라도 좋아, 명절엔 집에 있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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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
로즈 임피 지음
서민아 옮김, 놀, 352쪽
1만2000원

여기 별난 엄마가 하나 있다. ‘구덩이 속에서 오래 버티기’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땅 속으로 들어갔다. 엄마가 땅속 2m 아래 관 하나만한 공간에서 생활하고부터 열세 살 조던의 인생은 형편없이 꼬여버린다. 잘 씻지 않아 꼬질꼬질한데다 숙제는 잊어버리기 일쑤에 지각은 밥 먹듯 한다. 단짝인 친구들과도 어찌된 일인지 거리감이 느껴지고, 못된 패거리들은 땅속에서 꼼짝 못하는 엄마를 해코지를 하겠다며 조던을 위협한다.

 힘든 일을 엄마에게 털어놓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엄마의 도전을 망치지 말라는 아빠와 형의 엄포 때문이다. 그 무엇보다 힘든 건 아직은 엄마가 필요한 나이인 조던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엄마의 도전 그 자체다.

 엄마에게도 이유는 있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는 30년 전 세계 최초로 100일간 땅속에 묻힌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그로부터 20년 뒤 다른 사람이 141일을 버텨 기록을 깼다. 엄마는 기록도 되찾고, 외할아버지와 더 가까워지겠다며 땅 속으로 들어갔다. 애도의 방법인 셈이다.

 하지만 조던도 외할아버지가 그립긴 마찬가지다. 조던으로선 외할아버지도 잃고, 덩달아 엄마까지 잃은 셈이다. 자신이라면 하지 못할 도전이란 생각에 엄마가 존경스럽다가도 원망스럽다. 신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엄마가 아니라 크리스마스엔 집에 있는 엄마였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엄마에게 차마 하지 못하니 답답할 뿐이다.

 가족이라서 오히려 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런 갈등과 고민을 해결하면서 더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결국은 서로를 조금씩 더 배려하는 가족들, 누구의 가족이 더 엽기적인지 경쟁하듯 이야기하며 챙겨주는 친구들 덕에 이야기는 따뜻하게 마무리된다.

 조던의 엄마처럼 엽기적인 방법은 아닐지라도 다른 가족 구성원을 외롭게 하는 방법은 얼마든 있을 것이다. 가족끼리 더 가까워질 수도, 갈등이 더 불거질 수도 있는 명절을 앞두고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게끔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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