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중간계투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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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야구에서 중간계투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역시 예외는 아닌듯 싶다.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는 센트럴과 퍼시픽, 양리그 모두 중간계투의 활약이 돋보인다. 올시즌 활약이 두드러지는 '믿을맨'들의 면모를 살펴보자.

야쿠르트의 미들맨 이가라시 료타(21)는 11승으로 현재 센트럴리그 다승 2위다. 내노라하는 센트럴의 선발 투수들을 능가하는 성적이다. 특히 전반기까지 이가라시는 다승 1위를 달리며 야쿠르트의 초반 선전을 주도했다.

6일 현재 이가라시는 42게임에 출장에 11승4패 방어율 3.55의 생애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전반기 '이가라시-다카쓰' 필승카드를 만들어냈다. 후반기들어 이가라시가 부상을 당해 야쿠르트 불펜에 공백이 생기자 다카쓰(21s)의 세이브가 현저히 줄어들고, 야쿠르트의 성적도 곤두박질친데서 그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센트럴리그 전반기에 이가라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면 후반기는 단연 이와세 히도키(26)가 돋보인다. 주니치의 왼손 셋업맨인 이와세는 5일 현재 49경기 출장에 9승5패 방어율 2.37의 성적으로 주니치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다. 시

즌초 이와세는 컨트롤이 다소 흔들리는 등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이젠 완전히 작년 구위(99년:10승,방어율1.57)를 회복한 상태로, 미들맨으로서 2년연속 10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이와세의 활약 덕에 올시즌 이와세-게일러드(28s)로 이어지는 주니치 불펜진은 작년 주니치 필승카드였던 이상훈-선동열 라인에 필적할 정도로 막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센트럴에 이가라시와 이와세가 있다면 퍼시픽에는 시노하라와 고바야시가 있다. 왼손 셋업 시노하라 다카유키(24)는 다이에의 승리 보증수표다. 이미 작년에도 시노하라는 다이에의 불펜 에이스로 활약하며 14승(1패)에 방어율1.25로 다이에 우승에 절대적 공헌을 했었다.

올시즌 역시 시노하라는 작년의 성적이 운이 아님을 기록으로 입증하고 있다. 50게임 출전에 9승3패 2세이브, 방어율 2.86의 빼어난 활약으로 변함없는 철벽계투를 과시하고 있다. 주니치 이와세-게일러드와 마찬가지로 시노하라 역시 마무리 페드로사(29s)와 필승카드를 형성하며 다이에의 2년연속 리그우승을 주도하고 있다.

전반기 롯데 마운드를 오노 신고가 책임졌다면 후반기는 고바야시 마사히데(26)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6일 현재 고바야시는 54게임 출장에 중간계투로만 10승6패 5세이브를 거두며 퍼시픽리그 다승 2위를 마크하고 있다. 비록 규정이닝에는 못미치지만 방어율역시 2.46으로 수준급이다. 이런 활약 덕에 최근 들어와서 고바야시는 마무리도 겸할 정도로 코칭스테프의 두둑한 신임을 얻으며 롯데 불펜진을 이끌고 있다.

중간계투라는 자리는 선발처럼 안정적이지도, 마무리처럼 화려하지도 않은 자리다. 특별한 성적이 기록으로 남는 것도 아니다. 항시 불펜에서 대기해야 하는 육체적 피로는 물론, 못 던질경우 비난의 표적이 되는 정신적으로도 피곤한 자리다. 하지만 팀에 보이지 않게 공헌하는,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힘들고 고되지만 묵묵히 맡은바 소임을 다하며 활약하는 이들 중간계투 투수들이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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