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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최용석·공석환씨…줄줄이 ‘벤처호’에 승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렌지’색에 더 매력 느껴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을 대변하는 색깔은 판사들이 입는 ''법복’의 검정색이다. 법조인들은 그동안 사고(思考)와 행동반경 면에서 ‘권위’와 ‘보수’를 상징하는 이 검정색의 테두리에 익숙해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벤처를 상징하는 ‘오렌지색’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법조계 출신들이 줄줄이 ''사이버 로펌''을 개설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인사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인터넷 기업인’ 또는 ‘벤처 기업인’으로 출사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계층은 변호사들이다. 사법고시에 패스한 후 곧바로 변호사로 출발한 케이스도 많지만 검사 출신과 판사 출신도 제법 있다.

그들은 과연 왜 ‘법조인 경영자 시대’를 외치고 있을까.

변호사는 법률에 의해 신분과 역할이 부여되는 전문직업인. 의사나 공인회계사처럼 전문 직업인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고유한 업무영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사회에서나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적 특권을 누리고 산다.

이러한 직업적 안정성으로 말미암아 여타 직업군에 비해 경쟁도 덜하다. 따라서 일반 비즈니스처럼 서비스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 및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드물었다. 그동안 법률 서비스의 ‘문턱이 너무 높다’든지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는 ‘소비자가 왕이다’라는 일반적인 시장원리가 통하지 않은 것도 다 그러한 연유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법률 서비스 시장에도 변화의 회오리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법률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기존의 오프라인상에서 만나던 방식 외에 온라인이라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에 따라 변호사들, 그것도 법조계에서 이른바 ''잘 나가던 변호사’들도 본연의 변호사 업무를 접어두거나 겸업으로 인터넷·벤처기업 창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처음에는 대부분 법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던 단계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인터넷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버 로펌’을 개설하는 식이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소속된 4천여명의 변호사 중 1천여명이 온라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사이버 법률 서비스 업체만 해도 1백여 개에 이르고 있다.

사이버 로펌이 부쩍 늘어나면서 업체간 과당 경쟁을 지양하는 한편 ''대국민 법률 서비스 확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인터넷 법률협회’까지 발족되기도 했다.

‘로우시컴’의 대표인 김태정 전 법무장관, ‘오세오닷컴’의 최용석 대표 변호사 등 10여명의 변호사가 중심이 돼 발족시킨 이 협회에는 1백여 개의 온라인 법률 서비스업체들이 참여할 계획이다.

사이버 로펌 중에서는 ‘법률 포털 사이트’를 지향하며 한 단계 더 발전하려는 케이스도 있다. 또 일부 변호사들은 회계사, 변리사, 컨설턴트, 마케팅 전문가, 경영지도사 등과 연계해 벤처 컨설팅 업체를 설립하는 추세다. ‘더퓨전(박석중 변호사), CCC벤처컨설팅(공석환 변호사), 벤처컨설팅그룹㈜TNT(안식 변호사), 사이버벤처랜드(홍영규 변호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가 하면 IT(정보·기술)관련 업체나 인터넷 쇼핑몰, 금융 사이트 등을 설립, 아예 벤처인으로 변신하거나 디지털 산업계의 경영진으로 참여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 변호사들의 이력과 인생역정(人生歷程) 또한 다채롭고 이색적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

인터넷·벤처기업인으로 변신한 인물 중 스포트라이트감은 단연 김태정 전 법무장관이다.

‘옷 로비 사건’, ‘사직동 팀 보고서 유출사건’ 등 잇단 악재로 불명예스럽게 장관직에서 물러났다가 결국 구속까지 됐던 그는 동료, 후배 법조인 5명과 함께 법률 포털 인터넷 회사인 ‘로우시컴’을 설립하고 지난 5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로우시컴은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법률상식, 판례, 법률용어, 법률서식, 북한법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한편 ‘법률신문고’란 무료 법률상담도 운영 중이다.

김사장은 법조계에서 ‘사람 관리 잘하기’로 유명했던 터라 장관직을 물러난 지 반 년만에 쉽게 자신의 인맥을 추스려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그런 만큼 사업에 대한 의욕도 어느 누구 못지 않다.

최근 미래에셋벤처캐피탈 등 7개 창투사로부터 1백억여원의 자금을 유치하기도 한 김사장은 교통사고 등 돌발사태를 당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무선 인터넷을 통한 법률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또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신의 구치소 생활을 경험 삼아 구치소와 외부를 영상회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피의자가 상시적으로 변호사의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업간 분쟁조정 벤처기업 M&A 사업을 펼쳐 수익을 내겠다”는 김사장은 지난 7월 ‘인터넷 법률협회’를 만들어 고문직을 맡고 있다.

이런 김사장은 법조계에 많은 일화를 남겨놓기도 했다.

초년 검사 시절 직접 권총을 들고 마약사범을 소탕하러 다닐 정도로 의협심이 강하고, 친구의 빚 보증을 섰다가 집을 날려 전세집을 전전하면서도 친구를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재기하라고 격려해주기까지 하는 ‘의리의 사나이’로 알려져 있다.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다. 검찰 시절 조직 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폭탄주 실력을 지녔던 그는 거나하게 취하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는데, 대학교 1학년 시절인 4.19 때 시위대에 끼지 않으려는 친구의 손을 억지로 붙잡고 거리로 나섰다가 그 친구가 진압경찰의 총탄에 사망한 사연이 그로 하여금 두고 두고 눈물을 흘리게 했다는 것이다.

강명준 변호사는 ‘법정 투쟁중!’

강명준 변호사는 ‘인터넷과 자동차의 만남’이란 모토를 내걸고 ‘휴먼디지털테크놀로지’란 벤처기업을 운영 중이다.

오너 사장인 강변호사가 이끌어가고 있는 휴먼테크놀로지는 지난 해 5월 설립된 회사로 올 7월 첨단 차량정보시스템인 ‘이글아이’를 개발,시범 서비스에 들어간 데 이어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글아이란 디지털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기술과 무선통신 및 사고감지 센서, 그리고 데이터베이스(DB)기술이 복합된 시스템.

‘독수리의 눈’이란 뜻 그대로 하늘에서 자동차 이용자들의 안전을 감시하면서 이용자들의 무선통신 요청이나 사고발생을 자동으로 인식해 즉각 조치를 취해주는 시스템. 도난시 차량의 위치를 파악할 수도 있으며 물류정보 시스템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자동차의 인터넷화는 향후 엄청난 시장을 창출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해외의 어느 업체보다 월등한 기술력을 지닌 전문 벤처기업으로 회사를 육성시켜 세계 시장을 석권해 가도록 해볼 생각입니다”

22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변호사 시절에도 국가보안법 19조에 대한 위헌 헌법소원을 청구, 위헌 결정을 받아내기도 한 강사장은 벤처기업인으로서도 일을 낼 태세다. 변호사는 대표이사를 맡을 수 없다는 조항 때문에 현재 변호사 업무는 휴직 중이다.

하지만 그는 서울변호사회의 겸직 불허 처분에 불복, 지난 5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내고 법무부 장관에게 행정 심판을 청구하는 등 겸직 허용을 위한 ‘법정 투쟁’까지 불사하고 있다.

지금은 일반 명사화 되어버린 법률 서비스의 중저가 틈새시장의 대명사인 ‘변호사 도우미’ 서비스의 창시자이기도 한 주변호사는 지난 해 11월 의뢰인이 원하는 비용으로 변호사를 직접 선택하는 역경매식 사건 수임 모델을 도입한 ‘로마켓 아시아’를 설립했다.

또 지난 5월엔 법률 문제로 고민하는 고객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법률 전문가와의 채팅 상담을 통해 법률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얻도록 하는 ‘채팅 법률 상담 서비스’도 실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법연수원(14기)을 마친 85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87년 삼원국제법률특허사무소를 열고 당시 불모지에 가까웠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률 서비스를 개척키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고, 결국 상당한 결실을 맺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87년 ‘Kotic’이란 브랜드 전문회사를 세워 지금은 널리 알려진 ‘에버랜드’, ‘SK텔레콤’ 등의 쟁쟁한 브랜드를 일궈낸 국내 브랜드 네이밍 분야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주변호사는 이 회사에 대한 지분을 지난 98년 모두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주변호사는 로마켓아시아의 대표를 맡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대 주주로 등록한 상태. 사장은 현재 공석인 셈이다.

오너형 벤처기업인도

대웅제약 사장, 인성정보 부회장, 페이지원 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윤재승 대표는 검사 출신 2세 경영인이다. 하지만 ‘과감한 벤처형 기업가’란 소리를 더 자주 듣는다.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의 3남으로 부친의 끈질긴 설득에 못 이겨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를 마지막으로 경영인으로 변신했지만 IT 쪽에 일찍 눈을 떴기 때문이다.

그는 검사로 재직할 당시인 지난 91년 직원 3명으로 출범한 SI(전산시스템통합)업체 인성정보에 투자를 했다. 향후 정보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95년 잠시 인성정보 사장을 맡기도 했지만 그는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시켰다.

평소 “분배된 빵의 크기에 고민하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빵의 크기를 키우겠다”는 자신의 지론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경영관은 현실로 그대로 반영돼 창립 당시 매출액이 10억원에 불과했던 인성정보는 올해 1천6백70억원의 외형을 바라볼 정도의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인성정보는 시가총액으로도 부친인 윤회장이 수십년 동안 일궈놓은 대웅제약보다 앞서고 있다. 윤대표의 벤처에의 도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의약품 건강정보 IT를 하나로 묶어 살아 있는 유기체로 꿈틀거리게 하겠다”는 구상 아래 올해 이시형 박사 등 국내 유수의 대학교수들과 의사 등 6백50명이 참여하는 건강의료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페이지원’을 설립한 것이다.

이런 윤대표는 아직도 검사 시절의 눈매를 지니고 있어 경영인으로서의 세련된 맛은 다소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컴퓨터와 서류뭉치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윤대표의 사무실 책상을 보면 벤처에 푹 빠져 있는 여느 벤처기업인과 다를 바 없다.

그가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대웅제약의 전 직원들도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어디서나 웹 사이트에 링크해 사내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인트라넷을 구축해 둔데다 최근엔 마이샙(mySAP.com)이란 시스템까지 들여다 놔 전 사원이 브라우저 하나로 모든 업무를 진행시키게 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웅제약은 SAP의 ERP(전사 지원관리) 솔루션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세계적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법조계에도 정보화 혁명이 일면서 인터넷을 통해 싸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표방하고 나서는 인터넷 법률 포털 서비스 업체가 많아졌다. 이 가운데 국내 최초로 서비스에 나선 곳은 ‘오세오닷컴’이다.

이 회사의 최용석 대표 변호사는 검사 출신. 그가 국내 최초의 인터넷 법률 포털 사이트를 개설한 것도 어찌 보면 나름의 배경이 있다. 최변호사는 10년 전에 만난 사람이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자리에 앉아 있었는지까지 기억할 정도로 비상한 기억력을 지니고 있는데다 아이디어도 풍부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덕분에 검사 재직시 서울지검 특수부, 법무부 등 요직에 일찍 발탁됐고 ‘장래의 검찰총장감’이란 소리도 자주 듣기도 했다. 오세오닷컴에는 2백여명의 전문 변호사들이 참여해 회원들에게 법률정보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서비스의 대부분은 무료로 제공된다.

다만 ‘인물정보 서비스’와 최근 오픈한 ‘벤처토피아’만 유료로 운영된다.

인물정보는 10만명에 달하는 국내 유명인사의 신상명세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벤처토피아는 5천여 개의 벤처기업에 대한 각종 정보 외에도 벤처 창업 절차에서부터 투자유치, 코스닥 등록에까지 이르는 법률자문 및 경영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적극 나서서 도와줄 정도로 잔정이 많고 통이 커 ‘의리의 사나이’로 통하고 있으나 자존심이 강해 다소 독선적이란 평도 듣기도 하는 최변호사는 자신을 ‘변처인(변호사+벤처기업인)’으로 불러 주길 원할 정도로 두 가지 일에 모두 애착을 갖고 있다.

최변호사는 “1 국민 1 자문변호사 시대를 열어 최종적으로는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게 변호사로서의 꿈이지만 사업도 열심히 벌여나갈 계획”이라며 현재 몇 가지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시키고 있다”고 귀띔해 준다.

최정환 변호사는 엔터테인먼트 변호사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사법고시 28회 출신인 그는 74년 뉴욕대에서 연예법 분야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네덜란드, 벨기에, 일본 등의 로펌에서 실무수업을 쌓은 후 귀국,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캐츠’의 국내 번안작품에 대한 공연금지가처분신청 업무를 맡기도 했다. 연예변호사란 타이틀에 걸맞게 최진실, 최민수, 손지창, 안재욱, 고소영, 박진영, 이경규, 신승훈, 엄정화, 김원준 등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의 고문변호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연예계 쪽에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 지난 3월 후배인 강호성 변호사와 함께 ‘에렉센’이란 회사를 설립, 사장 자리에 앉았다.

에렉센은 지난 5월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사이버 명품관인 ‘럭셔리굿’ 사이트를 오픈했다. 최사장은 “일부 특권 계층의 향유 대상인 명품을 일반 대중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사이트를 오픈했다”고 말했다.

럭셔리굿은 1백% 정품임을 보장하면서도 인터넷을 도구로 삼아 유통 마진을 대폭 줄여 일반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20∼40% 저렴한 가격으로 명품 구매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다른 물품판매 영역과 달리 유독 가격 결정 및 물량 공급에 대한 결정권한이 공급자에 집중되어 있는 명품 분야에 대한 소비자 주권을 향상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로펌이 사이버 로펌→사이버 포털 로펌으로 발전하더니 이젠 법률전문 인터넷 방송국까지 생겨났다.

지난 6월 ‘국내 최초의 온라인 법률전문 방송’의 기치를 내건 인터넷 방송국 ‘채널로’가 개국한 것이다.

채널로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권영기 변호사. 서울대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지 5년만인 지난 90년 제 32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검사와 판사를 두루 거쳤다.

“우리 나라 법률 문구들은 제가 봐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을 만큼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동영상을 통해 일반대중에게 보다 쉽게 법률지식을 전달하고자 인터넷 방송국을 만든 거죠.”

채널로는 현재 가정법률 문제를 다루는 법률 드라마 ‘가정법률 클리닉’과 권변호사와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권영기 변호사와 김미화의 변호사 없이 소송하기’, 그리고 교통관련 법률을 다루는 ‘김미화의 뛰뛰 빵! 빵!’ 등의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권변호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법원 경매 부분의 양성화란 취지 아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시킨 부동산 경매 토털 컨설팅을 제공하는 ‘채널로 부동산 컨설팅’이란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조영도 변호사는 단국대 법학과 출신으로 권영기 변호사와 사법고시 및 사법연수원(22기) 동기생이다.

지난 달까지 아주종합법무법인의 국제업무 담당 변호사로 활동해온 그는 90년대 초 미국에서 조이넷이란 벤처기업을 경영한 경험을 살려 이달 초 변호사 휴업계를 내고 종합금융 포털 사이트인 ‘보나뱅크’의 사장으로 취임, 본격적인 벤처기업인으로 발을 내디뎠다.

보나뱅크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산하 전국 7백20개 업종별 협동조합의 7만여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은행, 보험, 증권, 신용카드, 할부금융, 투자신탁 등으로 분산된 금융 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일괄 검색하고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 e-메일을 통해 경영정보, 건강 및 레저정보 등을 보내주고 중소기업인간의 업종별, 지역별 커뮤니티 형성도 지원한다.

조사장은 “중소기업인들은 실제 금융수요가 높은데 반해 인터넷 사용이 익숙치 않은 신규 사용층이란 점을 감안해 이같은 사이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경제·물리·정치학과 출신 법조인

바둑을 둘 때 반드시 정석대로만 두는 법이 없듯(새로운 정석이 개발되기 때문에), 법조계뿐만 아니라 세상의 어떤 직종에도 ‘비정석(非定石)’파가 있기 마련이다.

박석중 더퓨전 사장도 마찬가지다.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90년)인 그는 지난 93년35회 사법시험에 패스한 뒤 서울지검 검사를 거쳐 97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그는 경제학도답게 신경제, 신품질, 신가치의 창조를 선도하고 신뢰사회 구축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 축적에 이바지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회계사, 컨설턴트, 마케팅전문가, 경영지도사들과 함께 지난 3월 더퓨전을 설립한 데 이어 이달 초 사이트를 오픈했다.

박사장은 “중소 벤처기업들이 대형 컨설팅업체를 찾아가기엔 비용이 부족한데다 정부의 벤처 육성 의지도 미약하다”며 “이들 중소 벤처기업에게 부담 없는 비용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급 컨설팅업체가 필요할 것이란 판단에서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퓨전은 신뢰, 봉사, 상생을 신조로 네오 휴머니즘의 글로벌 토털 인스타 펌(Insta Firm)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석환 CCC벤처컨설팅 사장은 더 ‘비정석’파에 속한다. 하지만 그는 ‘전문 변호사’ 시대란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미국 버클리대학원에서 생물물리학 박사를 취득한 그는 37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27기)을 마치고 98년 변호사 개업을 하자 도하 각 언론을 ‘해외 유학파 이학박사 출신 변호사 1호 탄생’이란 제목으로 장식하는 등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8년 10개월 동안 생활하면서 환경소송으로 수십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고 회사가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 생물 관련 전문지식을 가진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법시험에 도전하게 됐죠.” 공변호사는 “당시 장모님의 6개월에 걸친 만류를 시험에 반드시 붙을 자신 있다, 대통령도 시험으로 뽑으면 될 수 있다”라고 설득한 끝에 허락을 받았다고 들려준다.

그는 로펌 재직 기간 중 수백억원대의 국내 제품시장을 좌우할 한독약품·노바티스의 송사를 맡아 이들 회사에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받아주는 등 10여 건의 크고 작은 특허관련 소송에서 대부분 승소한 지적재산권 분야의 실력파다.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소장도 정석 바둑을 두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도 변호사 개업조차 하지 않은 ‘이상한’ 법조인으로 통한다.

그는 사법연수원을 마칠 무렵인 지난 98년 벤처기업 관련 법률이나 행정절차를 몰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 벤처기업의 창업에서부터 운영, 인수합병, 해외진출에 이르기까지 벤처 관련 토털 법률·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법률지원센터를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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