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달러 걸린 수학문제 답 … 중 41세 수학자 실마리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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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국 수학의 급속한 성장이 포항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중국은 정수론 분야에서 정상급으로 인정받는 등 세계 수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본지 1월 10일자 22면>

 포스텍(포항공대)이 14일까지 9일 동안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버츠와 스위너톤 다이어(BSD) 가설’을 풀기 위해 처음으로 개최한 국제 겨울학교에서 참가자들을 흥분시킨 인물은 단연 중국 수학연구소의 톈예(田野·41·사진) 박사였다.

 톈예는 포스텍이 이번 겨울학교의 강연자로 초청한 BSD 가설 분야 권위자 5명 중 1명이다. 그는 BSD 가설을 푸는 데 필수적인 이른바 ‘합동수(congruent number)가 존재하는가’라는 오랜 물음에 “무수히 많이 있을 수 있다”며 해답의 실마리를 처음으로 내놓았다. 증명은 5시간이나 이어졌다. 톈예는 “불과 한 달 전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발표를 들은 이 분야 석학 케임브리지대 존 코츠(67) 석좌교수는 “완벽한 답은 아니지만 BSD 가설 해결을 위한 엄청난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포스텍은 톈예의 이번 증명을 곧바로 봄 학기의 집중 세미나 주제로 채택하고 코츠 교수는 가을 학기에 자신의 분석을 특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만큼 아이디어가 새롭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톈예의 이번 증명은 곧 논문으로 정리돼 수학계의 정밀 검증을 거칠 예정이다.

 톈 박사는 중국이 요즘 벌이고 있는 우수 과학자 본토 유치정책으로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중국 수학계의 신예다. 본토 유치의 중심 역할은 1982년 중국인으로 유일하게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 메달을 받은 하버드대 야우싱퉁(丘成桐·63) 교수가 맡고 있다.

 겨울학교를 준비한 포스텍 최영주(54) 교수는 “톈예의 발표가 감명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중국에 문제 풀기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 같은 위기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 참가자들은 “중국 등 세계 수학계의 동향에 큰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100만 달러 문제에 도전하는 동안 겨울학교에는 밤낮이 따로 없었다. 참가자들에게는 매일 풀어야 하는 수학문제가 주어졌다. 이들은 자연스레 BSD 가설을 해결하는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또 겨울학교가 열리는 동안 일부 독자는 직접 문제를 풀어 보내오는 등 일반인의 관심도 높았다.

 포스텍은 내년과 2014년에도 겨울학교를 열어 BSD 가설 100만 달러 문제에 도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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