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선동열과 마쓰자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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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자카(20)를 비교하는게 격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두 투수는 적지 않은 닮은 꼴을 가지고 있다.

일단 몸부터 닮았다. 타고난 강한 어깨와 유연성을 겸비하고 있고 하체도 강하다. 침착한 성품과 뛰어난 두뇌회전도 흡사하다. 강한 체력과 근성도 공통점이다.

투구 레퍼토리역시 유사하다. 둘 모두 최고시속 155km대의 광속구와 칼날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다. 둘다 이런 결정구를 앞세워 타자를 압도하며, 탈삼진을 많이 잡는 파워피쳐다.

커리어 또한 유사하다. 선동열이 광주일고 시절 봉황대기에서 노히트노런을 하며 유명해졌 듯이, 마쓰자카도 요코하마고 3학년때 고시엔 결승에서 노히트노런을 해내며 전일본을 열광시켰다.

또 대학시절 선동열이 약관 스물의 나이에 국가대표 에이스로서 한국의 82세계야구선수권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듯이, 마쓰자카도 작년 열아홉의 나이로 일본야구를 시드니로 이끌었고, 올해역시 일본야구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란 숙원을 이루어줄 구세주로 기대받고 있다.

프로입문 과정도 유사점이 많았다. 고려대졸업 후 선동열의 거취는 여론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국내외구단들의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과 잡음끝에 선동열은 결국 고향팀인 해태에 당시 최고대우로 입단했다.

마쓰자카의 세이부 입단도 선동열못지않게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마쓰자카역시 처음엔 고향팀인 요코하마를 원했었다. 하지만 드래프트 결과 마쓰자카는 세이부에 지명되었다. 이에 낙담한 마쓰자카는 처음엔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역지명으로 요코하마에 들어가려고 결심했으나, 세이부 히가시오 오사무 감독의 간곡한 설득으로 역대 고졸 최고 몸값을 받으며 세이부에 입단했다.

프로에 입성한 뒤 선동열과 마쓰자카는 곧바로 이름값을 했다. 선동열은 데뷔첫해 방어율왕에 올랐고, 89년부터 91년까지는 3년연속 투수 3관왕이란 대위업을 달성하며 한국 최고투수로서 입지를 다졌다.

마쓰자카의 프로초년도 화려했다. 작년 신인으로서 16승을 올리며 신인왕은 물론 다승왕(16승5패)에 등극하며, 데뷔 1년만에 퍼시픽리그 최고의 투수로 성장했다. 올시즌도 9월1일 현재 퍼시픽리그 다승(12승5패),탈삼진 1위다.

구질,경력외에도 두 투수는 각기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실력에 걸맞는 최고인기를 구가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선동열은 거의 매년 올스타투표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한국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실제로 선동열의 일본진출도 국민의 열렬한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마쓰자카 역시 2년동안 압도적으로 올스타에 선출되었다. 특히 작년 마쓰자카의 인기는 거의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물론 아직 여러 가지 면에서 마쓰자카는 선동열에 미치지못한다. 구위는 선동열에 필적될지 몰라도 경기운영,위기관리,수비,주자견제,카리스마 등에서 아직 마쓰자카는 역부족이다. 또 마쓰자카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시련을 겪어보지 못했다. 산전수전 다 경험한 선동열과 질적으로 다르다. 위기때마다 선동열처럼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는 불굴의 의지가 마쓰자카에게도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8월들어 마쓰자카는 저조했다. 최근 3게임 14.2이닝 동안 17실점의 부진이다. 8월 방어율은 무려 6.09다. 그나마 팀타선의 지원 덕으로 패전을 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시즌 초반에 이은 두 번째 슬럼프다. 2년생 징크스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쓰자카를 과소평가 할 수는 없다. 여전히 마쓰자카는 퍼시픽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임에 분명하다. 이번 슬럼프도 일시적인 부진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마쓰자카는 아직 스물이다. 올해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투수인 것이다.

이번 9월 시드니 올림픽에 마쓰자카는 출격해서 한국,쿠바 등과 메달색깔을 다툴 것이다. 일본대표팀은 마쓰자카의 어깨에 모든 걸 걸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동열은 마쓰자카를 두고 "초반에 공략못할 경우 우리 드림팀 타자들일지라도 2점이상 뽑기 힘들 것이다" 라며 마쓰자카의 위력을 높이 평가했다.

현역시절 선동열은 한국에선 해태의 황금시대를 열었고, 96년 일본으로 건너가서도 4년동안 주니치의 수호신으로 활약하며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선동열이 그랬듯이 앞으로 마쓰자카도 세이부의 제2기(제1기는 80년대말에서 90년대초의 모리 마사아키 감독시절) 최강시대를 열고, 자신의 꿈인 미국 메이저에 입성해서도 최고의 위치에 오를수 있을지 관심이다.

만약 마쓰자카가 앞으로 이런 목표를 차곡차곡 이뤄나간다면 그 역시 선동열처럼 일본의 '국보급 투수'로 칭송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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