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대 은행은 ‘마피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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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들이 운영하는 대부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재정위기로 공권력이 약해지고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제구실을 못한 탓이다. 미국 경제전문 채널인 CNBC는 이탈리아 중소기업협회 보고서를 인용해 “시칠리아의 코사노스트라, 나폴리의 카모라, 칼라브리아의 은드란게타 등 3대 마피아 조직 등이 중소 상공인들에게 빌려준 고리대 규모가 연 1400억 유로(약 217조원)에 이른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중소 상공인들은 재정위기 이후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계층이다. 제도권 은행 등이 부실해져서다. 최근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우니크레디트는 자본을 늘리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공모가를 시세보다 낮게 제시해야 했다. “최대 은행이 이런 마당에 신용도가 낮은 중소 상공인들에게 선뜻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은행이 거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급한 중소 상공인들이 전당포 문을 두드려보지만 이들도 여의치 않다. 경기침체로 이들마저 부실해져 돈을 빌려줄 여력이 없다.

 마르코 벤투리 중소기업협회장은 “현 위기 상황에서 ‘마피아 주식회사’가 투자 여력을 갖춘 유일한 세력”이라고 말했다. 실제 마피아 세력의 자본 규모는 650억 유로(약 97조원) 정도로 추정됐다. 자본력 면에서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셈이다.

 특히 3대 마피아의 전체 비즈니스 규모는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7%인 1120억 유로로 추정될 정도다.

 마피아들은 인수합병(M&A) 방식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도박업은 현재 거의 마피아의 손에 넘어갔다. 합법적 분야에서 이들은 건설과 유독성 폐기물 처리 사업도 장악했다는 평가다. 최근 들어 마피아는 의료·스포츠·육로 수송 등 이른바 ‘비전통적인’ 분야에도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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